주식시장에도 유행이 있다.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새로운 트렌드와 해당 종목의 실적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면 그 종목에는 ‘주도주’라는 이름이 붙게 된다. 올 한해에도 많은 주도주가 있었다. 특히 한미약품과 아모레퍼시픽은 제약바이오주와 유커 수혜주의 중심에 우뚝 서며 올 한해 증시의 슈퍼스타로 등극했다. 또 대형주를 중심으로 투자자들이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정책에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품절주, 메르스테마주 등도 위세를 떨치면서 검증되지 않은 투자 양상도 여전한 모습이었다.
◆ 한미약품(11월 6일, 29.98%↑)
올 한해 국내 증시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종목이라고 하면 단연 한미약품이 꼽힌다. 한미약품은 연초 10만원선이던 주가가 지난 11월초 87만7000원까지 8배 넘게 올랐다. 이후 조정을 받긴 했지만 여전히 60만원이 넘는 주가를 형성하고 있다.
한미약품 주가는 지난 3월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릴리’에 7800억원 규모 기술 수출 계약 체결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 급등세를 타기 시작했다. 한미약품이 올해 성사시킨 신약 기술수출은 총 6건이지만 총 계약금액은 무려 8조원에 달한다. 2조원에도 못 미치는 국내 제약업계의 완제의약품 연간 수출 규모보다도 훨씬 큰 금액이다. 기술수출 계약금으로만 올해 7000억원을 벌어들였다. 한미약품 주가가 상한가를 찍은 지난달 6일은 한미약품이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와 계약금액 4조8000억원대의 지속형 당뇨신약 포트폴리오인 ‘퀀텀 프로젝트’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날이다.
하지만 한미약품의 주가 급등 속에서 이 회사의 연구원과 증권사 애널리스트, 일부 기관 투자자들이 미공개 신약 기술 수출 정보를 이용해 대규모 시세차익을 얻은 사실이 드러나 사법처리를 받는 등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다.
◆ 태양금속우(6월 24일, 29.96%↑)
지난 6월 15일 상하한가 폭이 기존 15%에서 30%로 확대됐다. 시행 전에는 변동성 확대와 투기성 자금 증가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막상 상하한가폭이 확대된 후 오히려 시장 변동성이 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상하한가 폭 확대 직후 우선주 급등 현상이 벌어졌다. 상한가의 폭이 확대되면서 유통주식수가 적은 소형 종목들에 투기 자금이 몰렸기 때문이다. 특히 태양금속우선주는 대표적인 품절주로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 종목은 상하한가 제한폭 확대 시행 직전인 6월 12일부터 상한가를 찍기 시작해 24일까지 내리 8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6배 가량 주가가 뛰었다. 그리고 6월 25일 하한가로 돌아섰다가 다시 26일부터 또 3일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오른다. 6월 12일부터 7월 9일까지 20거래일 중 상한가나 하한가가 아닌 날이 불과 4거래일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했다. 현재 이 종목의 주가는 4000원선으로 7월 9일 장중 최고가인 1만5400원의 1/4 수준이다.
◆ 삼성전자(10월 7일, 8.69%↑)
무겁기로 소문난 삼성전자 주가가 지난 10월 7일 8% 이상 급등했다. 이날은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실적 발표날이었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3분기 영업이익 규모는 7조3000억원으로 6조5000억원 수준이던 증권가의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다. 삼성전자 주가가 이렇게 급등한 것은 단순히 실적이 잘 나왔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삼성전자의 실적이 호조를 보이면서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과 같은 주주환원정책을 더 강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10월 말 사상 최대 규모의 주주환원정책을 내놓는다.
주주환원정책 확대는 증시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올 3월부터 기업의 사내 유보금에 과세하는 기업소득환류세제가 시행되면서 주주들에게 인색했던 대기업들이 잇따라 주주환원정책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현대차, SK하이닉스, 신한지주, POSCO, 엔씨소프트 등이 올해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등 주주친화책을 쏟아냈다.
◆ 한화갤러리아(7월 15일, 29.77%↑)
최근 증시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 중 하나가 ‘유커’(중국 관광객)이다.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늘면서 중국관광객이 선호하는 화장품이나 여행, 면세점 관련 종목들이 크게 올랐다. 유커 수혜주와 관련해 올해 큰 이벤트가 있었다. 바로 지난 7월과 11월 벌어진 면세점 대전(大戰)이다. 7월 면세점 1차 대전 당시에는 2곳의 대기업 면세점 사업권 입찰에 무려 7개의 대기업이 참여해 총력전을 펼쳤다. 결국 용산 아이파크몰의 HDC신라면세점과 여의도 63빌딩의 한화갤러리아가 사업권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11월에 벌어진 2차 대전에서는 신세계가 7월 대전의 패배를 설욕하고 사업권을 따냈고 두산도 SK네트웍스 워커힐 면세점 사업권의 후속 사업자로 선정됐다. 롯데면세점은 소공점 수성엔 성공했지만 월드타워점을 잃었다.
입찰 결과로 관련 종목들의 주가도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특히 한화갤러리아는 면세점 사업자 신규 선정 발표가 나오기 직전 6만원선이던 주가가 발표 당일인 지난 7월 10일부터 15일까지 내리 상한가를 찍었고 17일에는 장중 22만5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터치하기도 했다.
◆ 진원생명과학(6월 2일, 14.75%↑)
국내 1위의 포털 네이버에서 올해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는 ‘메르스’였다. 5월 말 첫 환자가 발생했고 6월 1일 첫 사망자가 발생한다. 이후 6월 중순경에는 격리 대상자가 7000명에 육박하기도 했다. 증시에서도 메르스 테마주 광풍이 불었다.
메르스와 관련이 있겠다 싶은 종목들은 죄다 주가가 급등했다. 한올바이오파마, 이-글벳, 제일바이오, 중앙백신, 진양제약, 고려제약, 슈넬생명과학 등 백신 관련 종목은 물론 마스크를 생산하는 케이엠·오공·에프티이앤이 등도 주가가 크게 올랐다. 진원생명과학은 회사가 직접 메르스 백신을 개발 중이라고 밝히면서 메르스 테마주의 대장주가 됐다. 이 회사의 주가는 첫 환자가 나온 5월 20일부터 6월 2일까지 9740원에서 2만2800원으로 두배 넘게 올랐다.
급등 이후 급락이라는
[매경비즈 고득관 기자 / 이가희 기자 /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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