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SH공사가 뉴타운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내놓은 동대문 제기4구역 재개발 리츠(REITs) 사업에 다시 시동이 걸렸다. 지역 주민들이 구성한 추진위원회와 SH공사가 조합 설립 여부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으며 무산 위기에 놓였던 재개발이 재추진되는 것이다. 이번에는 시공 예정사인 현대건설도 참여하는 만큼 사업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지난달 3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기4구역 추진위원회와 SH공사, 현대건설은 재개발 사업을 함께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이달 양해각서에 서명하기로 했다. SH공사 관계자는 “큰 틀에서 공동 시행하기로 의견이 모아진 만큼 일종의 업무협약을 맺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개발 리츠 사업을 위한 첫 단추를 꿰는 셈이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주민총회를 거쳐 지난 2013년 대법원 조합 설립 무효 판결을 받아 해체된 이후 3년 만에 새 조합이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재정비 리츠란 SH공사가 주택도시기금과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공모주를 모집해 ‘서울리츠(가칭)’를 만들어 이를 사업자금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시공사는 단순 도급을 맡아 공사비를 줄이고 리츠는 일반분양 물량을 선매입함으로써 사업비가 절감돼 채산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투자자에게는 일반분양 물량을 기업형임대주택(뉴스테이)으로 만들어 나오는 임대료를 배당한다. SH공사는 제기4구역의 경우 공공임대주택과 별도로 300여 가구의 임대주택을 지을 수 있으며 투자기간 8년에 연 수익률 4.5%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최고 15층 600여가구로 재개발이 가능한 제기4구역은 인근 청량리역세권 개발사업의 후광 효과도 기대된다.
SH공사 관계자는 “입지 여건이 좋은 재개발 단지인 만큼 무조건 싸기보다 적정한 임대료를 내면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공급할 방침”이라며 “분양 전환 등 매각을 거쳐 나오는 이익금을 투자자에게 돌려줄 것을 고려해 일반 아파트에 뒤지지 않는 임대주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H공사는 제기4구역을 토대로 재개발 리츠를 확대할 방침이다. 제기4구역이 성공하면 뉴타운 출구전략이 진행 중인 가운데 진퇴양난에 빠진 130여개의 정비구역도 리츠가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넘어야할 산도 많다.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 여부가 관건이다.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되면 인동거리 완화 등으로 일반 분양 물량이 늘어날 여지가 생긴다. SH공사가 재개발 리츠를 추진할 경우 특별건축구역 지정 등 각종 인허가 절차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있다. 제기4구역은 기존 사업방식 비례율은 70%초중반대에 그치지만 재개발 리츠의 경우 전반적으로 사업성이 높아져 80%대로 개선될 수 있다는 게 SH공사의 설명이다.
2005년 말 정비구역을 지정된 뒤 사업이 장기화하면서 300억 가량의 자금이 투입돼 시공사였던 현대건설에 진 빚도 풀어야할 숙제다.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기존 조합이 무산됐기 때문에 시공사도 다시 선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막대한 매몰 비용을 처리하려면 현대건설이 사업에 다시 참여하는 게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재개발 리츠는 새로운 사업방식인 만큼 이해관계가 다양한 주민들의 설득도 필요하다. SH공사 관계자는 “시범사업인 만큼 주민들 대상으로 설명회도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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