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장 막판 외국인의 4200억원 매도 폭탄으로 1900선이 붕괴됐다.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 만이다. 다만 자동차주는 우호적인 환율 여건으로 일제히 상승했다.
1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2.78포인트(1.19%) 내린 1894.84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이날 개장과 동시에 1% 넘게 하락하면서 1900선 밑으로 밀려났다. 외국인·기관이 동반 매도 물량을 대거 쏟아내면서 지수 하락에 불씨를 당긴 탓이다.
오후 들어서는 기관이 ‘사자’로 돌아섰고, 개인이 매도 물량을 확대하면서 낙폭을 일부 만회했지만 환율이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장 막판 회복분을 그대로 반납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70원 오른 1209.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는 지난 2010년 7월 22일(1210.00원) 이후 약 5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121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원화 가치가 크게 하락하자 외국인들은 다시 국내에서의 자금을 대거 회수했다. 이날 외국인은 4200억원에 이르는 물량을 팔아치우면서 개인·기관의 동반 매수세를 무색하게 했다. 중국 증시가 여전히 안정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 역시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다.
한국시간 오후 3시 현재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 가까이 내리고 있고, 선전종합지수는 4% 가량 하락하고 있다.
앞서 중국 외환교역센터는 지난 7일까지 위안화 가치를 8거래일 연속 절하하다가 새해 첫주 주식시장이 패닉에 빠지자 방향을 절상으로 바꾼 바 있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의 불확실한 통화 정책이 국내 수급, 환율에 미치는 영향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상태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이날 지수는 연초부터 이어온 중국발 쇼크와 미국의 증시 불안 요소에 따른 약세가 그대로 이어지는 형국이었다”면서 “지수가 많이 빠지긴 했지만 특별히 변한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 강세, 원·엔 환율 강세 등 환율 효과에 따라 자동차주가 상승한 부분에 대해서는 지수 약세 기조에 따라 투자 대안을 찾으려는 심리가 크게 작용했다고 판단했다.
이 팀장은 “기회는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다른 한쪽은 갖게 되기 마련”이라면서 “환율이 단기적으로 오른다고 해서 무조건 실적 개선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수출주인 자동차주의 실적은 일반적으로 원화 약세 기조에서 항상 호실적을 보여왔기 때문에 환율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유가증권 시장에서는 대부분의 업종이 하락세를 나타냈다. 증권은 3% 가량 하락했고, 철강금속, 비금속광물, 서비스업, 의약품 등도 2%대 약세를 기록했다. 이밖에도 종이목재, 의료정밀, 통신업, 전기전자, 은행, 금융업, 화학, 제조업, 보험 등도 각각 1% 넘게 내렸다. 운수창고(2.04%), 건설업(0.99%), 전기가스업(0.97%), 운송장비(0.86%) 등은 올랐다.
매매주체별로 외국인은 4179억원 순매도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2560억원, 867억원을 순매수했고 프로그램 매매는 2535억원 매도우위를 나타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대체로 하락세를 보였다. 삼성전자(-1.62%), 삼성물산(-1.41%), 아모레퍼시픽(-1.82%), LG화학(-2.27%), 삼성생명(-0.48%), SK하이닉스(-3.54%), NAVER(-3.68%) 등은 내렸고 한국전력(1.60%), 현대차(2.56%), 현대모비스(1.05%), 기아차(2.27%) 등은 올랐다.
이날 유가증권 시장에서는 상한가를 기록한 성창기업지주를 포함해 250개 종목이 상승했고, 583개 종목은 하락했다. 하한가 종목은 없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7.60포인트(1.11%) 내린 674.96에 마감했다.
코스닥 시총 상위 종목 가운데 셀트리
코스닥 시장에서는 대동기어, 대동금속, 서울전자통신, 코데즈컴바인, SDN 등 다섯 종목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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