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해운업체인 현대상선이 경기침체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채권만기가 돌아오는 4월과 7월 자금난에 빠지는 위기론 확산되고 있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회사 자체적으로 위기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법정관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17일 KDB대우증권 등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오는 4월말과 7월말 각각 2208억원, 2992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이 중 공모를 통해 조달했던 회사채 규모는 각각 1200억원, 2400억원이다. 공모채의 경우 은행 대출이나 사모채처럼 채권자와 협상해 만기를 연장하거나 부채를 탕감하기가 어려운 만큼 사실상 반드시 이 기간내에 갚아야 하는 자금으로 분류된다.
해운업계가 호황을 누렸을 때라면 이 같은 자금을 갚기 위해 추가적인 채권발행이나 대출이 가능하지만 현재 현대상선의 어려움이 시장에 다 알려진 만큼 자금 유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11일 현대상선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하향조정한 바 있다. 최근 채권시장 경색으로 A등급 회사채도 거래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현대상선의 신용등급으로는 시장에서의 자금 공급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대상선의 향후 부도 가능성이나 경영 전망 등을 말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산업은행 지원 등 정치적인 논리로 해결책을 찾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지만 산업은행도 여론을 의식해 무조건적인 지원만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른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말 현대상선 채권금리가 50% 선을 오르내리는 등 급등(채권가격 하락)하는 것에서 보듯이 시장에서 위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것”이라며 “최근 현대증권 매각이 무산된 것도 현대상선의 유동성 위기를 부추키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주식 22.43%를 가진 최대주주이며 지난해 10월 일본 오릭스에게 현대증권을 매각하려다가 오릭스의 계약해제 통보로 매각이 무산된바 있다.
현대상선의 실적이 쉽게 돌아서지 않아 보이는 점도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연결기준)은 1269억원에 달한다.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현재 단기성 차입금이 2조7207억원으로 전체 차입금에서 54%에 달하는 등 부채의 질도 좋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4월과 7월 위기설에 아직까지 회사에서는 이렇다 할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자구안 등 해결 방안에 대해 산업은행과 협의를 하고 있지만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상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회사 자체적으로 갚아야 하는 돈”이라며 “주채권은행에서 지원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 14일 이백훈 현대상선 사장은 “회사가 생존할 수 있도록 단기 유동성에 대한 부분이 중요하다”며 “해결 방안은 충분히 있다”고 위기설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들을 물리쳤다.
아직 현대그룹은 공식적으로 산업은행에 새로운 자구안을 제출하지 못한 상태다. 현대상선은 지난해말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대기업 수시신용위험평가’에서 ‘B-(심층관리)’등급을 받으면서 법정관리를 받게 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새로운 자구안에는 현대상선 매각 등 자산매각 관련 구체적인 계획이나 제 3자로부터의 자금조달 계획 등이 포함돼야 할 것”이라
이 관계자는 이어 “이미 현대상선은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감이 커 영업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결국 해운경기가 살아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지만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준형 기자 /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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