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이하 H지수)가 급락하면서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이 보름새 3000억원 넘게 원금 손실(녹인·Knock-In) 구간에 진입했다. H지수가 8000선 밑으로 내려가면 손실 구간에 접어드는 ELS 규모는 더욱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5일까지 공모형 기준 H지수 ELS 265건(발행금액 기준 3176억원)이 원금 손실 구간으로 진입했다. 예상 평가손실액은 1747억원에 달한다. 지난 연말까지 녹인 구간에 진입한 H지수 ELS가 2건(발행액 7억원, 평가손실액 4억원)에 불과했다. 해당 ELS는 H지수가 최근 5년 고점이었던 지난해 4~5월 발행된 것들로 만기인 2018년 4월 이후 H지수가 1만1000선 이상으로 회복되지 않으면 원금 손실이 확정된다.
H지수는 이날 오후 12시 기준 8189.27을 기록해 2011년 10월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H지수 8000선이 깨지면 약 5000억원의 ELS가 추가로 원금손실 구간으로 진입한다. 7500선까지 하락하면 추가로 1조7500억원(평가손실 9600억원), 7000선까지 하락하면 추가로 2조2000억원(평가손실 1조2000억원)의 ELS가 원금손실 구간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집계가 가능한 ELS 발행내역은 공모로 발행된 상품들로 기관이나 거액자산가들이 주요 고객인 사모 발행 물량까지 감안하면 피해규모는 더욱 커진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추가 H지수 하락이 있을 경우 7500선까지 총 4조5000억원, 7000선까지는 8조3000억원 정도가 녹인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망했다.
H지수가 연일 떨어지면서 아직 원금손실 구간에 접어들지 않은 ELS 투자자 일부는 중도환매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고점에서 발행된 ELS는 아직 녹인 구간에 진입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미 평가가격이 가입 시점 대비 40~50% 하락한 상태이고 중도환매 수수료도 최고 7%에 달하기 때문에 중도환매보다는 만기까지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전문가들은
한편 이미 발행금액 기준 1조원 넘게 원금손실 구간에 접어든 원유 파생결합증권(DLS)도 국제유가의 계속된 하락으로 투자자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국제유가가 40~50달러 수준에서 발행된 DLS 700억원 어치가 올 들어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누적 손실 확정(만기상환) 금액도 약 1200억원, 원금손실액은 800억원으로 불어났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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