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1월 18일(06:03)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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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석유기업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상장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유가를 둘러싼 치킨게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람코 상장으로 마련한 실탄으로 버틸 경우 유가를 둘러싼 경쟁에서 적수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아람코 상장은 사우디가 유가 치킨게임을 지속할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라며 "사우디발 원유 감산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같은 판단의 근거는 아람코 기업 규모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추정한 아람코의 상장 후 시가총액은 10조달러(약1경2000조원)다. 현재 세계 최대 상장사 애플의 시가총액이 5400억달러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 규모가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다.
아람코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지분 5%만 구주 매출을 실시해도 아람코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사우디 정부에 들어오는 돈은 5000억달러(약600조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현재 사우디 외환보유액은 6355억달러로 중국, 일본에 이은 세계 3위다. 아람코 지분 5%만 매각해도 사우디 외환보유액은 두 배 가까이 늘어나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말 한국 외환보유액 3680억달러 보다 더 큰 금액이다. 클래스가 다르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최근 유가 급락으로 인해 사우디 재정에 대한 압박 우려도 일부 나온다. 지난해 사우디 재정적자가 980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람코 지분 5% 매각만으로도 이같은 재정적자를 5년간 메꿀 수 있다. 사우디의 아람코 상장 검토 카드가 지닌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절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람코의 사이즈를 가늠할 수 있는 또다른 척도는 국내 정유사 에쓰오일이다. 에쓰오일은 시가총액 8조9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대형 상장사로 아람코가 지분 63.41%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 아람코는 에쓰오일 대표이사를 본사에서 직접 파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쓰오일 대표의 아람코내 직급은 GENERAL MANAGER로 알려져 있다. 이사급에 불과한 직위를 지닌 인물이 국내 대형 상장사 대표직을 수행하는 셈이다.
물론 아람코가 단순한 이사를 에쓰오일 대표로 보내는 것은 아니다. 아람코는 GM 중 탁월한 업무역량을 지닌 인물을 선발해 에쓰오일 경영을 맡겨 경영 능력을 검증한뒤 본사로 불러들여 VICE PRESIDENT(상무)직을 맡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람코내 VP 숫자는 불과 25명 수준으로 에쓰오일 경영이 일종의 '임원 승진 시험'인 셈이다. 아울러 에쓰오일은 유가급락에도 국내에서 5조원 규모 대형 정유산업 투자 프로젝트를 변함없이 진행하고 있다. 모기업 아람코가 그만큼 든든한 후원자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우디발 유가 치킨게임이 지속될 경우 사모투자펀드(PEF)에 커다란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대형 PEF 대표는 "유가 급락으로 에너지 기업 및 자산들이 구조조정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세계적으로 큰 상황"이라며 "미국 내에서만 관련 매물을 노리고 대기중인 PEF 규모만 500억달러가 넘을 것이라는 추산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