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KEB하나은행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낮은 수익성과 함께 높은 인건비다. 국내 은행권 임금체계가 일정한 연차만 쌓이면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대졸 출신 은행원은 승진이 누락되지 않고 15년 내외만 근무하면 연봉 1억원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성과주의 도입 대상이 된 옛 외환은행 출신 직원들은 인사 적체와 고비용·저효율 직원 구조 등으로 개편이 시급한 상황이다. 옛 외환은행 출신 지난해 평균 연봉은 은행권 중 가장 많은 1억500만원에 달한다. 시중은행 평균은 1억100만원에 그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옛 외환은행과 옛 하나은행이 통합하며 고임금을 받는 인력이 과다해지면서 KEB하나은행 측으로선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풀이했다. 더욱이 시중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만년대리' 기본급 삭감이란 고육책을 내놓으면서 은행권 성과주의 도입의 포문을 연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위원회도 올해 상반기 '성과주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금융공기업부터 임금체계 개편 실행계획을 취합한다는 계획이다. 대상은 금융감독원을 비롯해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이다. 금융공기업들이 임금체계를 개편하고 민간 시중은행들도 이를 도입하도록 장려한다는 얘기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지난 12일 "금융개혁을 체감하려면 금융권에 성과주의가 뿌리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이 지난 16일 영업성적이 우수한 행원급 직원 6명을 책임자급인 과장 등으로 특별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한 것도 성과주의 도입을 위한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이 은행은 은행 업무와 무관한 국내외 대학원 이수이력을 기본급에 반영해온 그간 관행을 폐지하고 은행 업무와 관련 있는 학위과정 역시 1년 이내 범위에서 반영해 주기로 했다. 성과주의 도입은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신한은행도 지난 23일 행원 1명이 포함된 직원 8명을 특별승진시켰다. 다만 성과주의 확산을 위해서는 노사 간 합의점이 필요한 상황이라서 다소 걸림돌이 있다. 노조는 임금을 삭감하고 인센티브를 도입하면 영업경쟁으로 금융서비스 질 저하는 물론 금융사고도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KEB하나은행이 지난해 9월 출범했지만 아직 하나은행 노조와 외환은행 노조는 통합되지 않은 상황
[정석우 기자 / 김효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