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이 수차례 승진에서 누락되고도 고임금을 받는 대리급 이하 직원의 기본급을 최대 29%가량 삭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하나은행의 이 같은 움직임은 금융권의 고임금 구조를 수술하고 성과급 체계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옛 외환은행 출신 직원을 대상으로 이 같은 내용의 취업규칙 내규 변경안을 최근 마련했다. 변경안은 책임자(과장 이상) 승진 직전 직급인 5급A(대리급)의 최대 기본급을 월 420만2000원에서 월 298만6000원으로 29%가량 삭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체 옛 외환은행 노조 조합원 약 6900명의 5% 내외 수준인 이들은 근속기간이 15~20년으로 대부분 40대다. 일정한 성과와 역량이 입증돼야 가능한 과장급 승진에서 누락하고도 고임금을 받고 있는 만년 대리의 임금을 현실적으로 조정하고 성과주의 확산 문화를 조성하겠다는 게 하나은행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또 계장급(5급B)이 대리급으로 승진하기 위한 최저 근속연수를 4년에서 5년으로 늘린다. 나아가 계장급 최저 기본급을 월 172만5000원에서 월 166만4000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무기계약직에서 일반직 행원(6급)으로 전환된 정규직 직원들 역시 임금피크제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신입사원 채용 방식을 학력 중심에서 업무 중심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기존 대졸자 이상을 대상으로 한 중견 행원과 고졸자 이상 대상인 초급 행원 방식으로 시행했던 '학력 구분 채용'을 폐지하기로 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대출을 취급할 수 있는 5급 행원과 예금과 적금만 취급 가능한 6급 행원으로 나눠 사원을 뽑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이번 취업규칙 변경안을 2015년 8월 텔러 출신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한 직원 등 옛 외환은행 출신 직원 2000명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입사한 신규 채용 직원 500명 등 통합은행 직원에 대해서도 새로운 임금·승진 체계를 적용할 방침이다. 하나은행 고위 관계자는 "텔러 출신에 대해서만 다른 '캡(최고 기본급)'을 씌울 수는 없기 때문에 통합은행 일반 직원들에 대해서도 동일한 임금 체계를 가져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장기근속 대리급뿐만 아니라 고임금을 받는 만년 차장과 팀장급에 대해서도 이 같은 최대 기본급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 외환은행을 존속법인으로 통합 KEB하나은행이 출범했지만 새 은행 전반에 적용될 통합 취업규칙은 이르면 오는 2월 마련될 예정이다.
[정석우 기자 / 김효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