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삼성카드 최대주주에 올라서면서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해 한발짝 더 다가섰다. 전문가들은 금융지주사 전환을 중심으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지배력을 동시에 키워야 한다는 점에서 당장 지주회사로의 전환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37.45%를 인수하면서 기존 보유 지분(34.41%)를 더해 총 71.86%를 소유하며 삼성카드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그동안 카드업계 불황 등으로 나왔던 삼성카드 매각설을 잠재움과 동시에 최대주주라는 요건을 채워 금융지주사 전환 자격(계열사 지분 30% 이상 보유한 최대주주)도 갖추게 됐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삼성카드는 매각설이 사그라들면서 전일 대비 10.41% 오른 3만5000원을 기록했다.
삼성카드 지분 인수와 함께 발표된 대규모 자사주 매입 또한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28일 삼성생명 이사회는 자사주 300만주(1.5%)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총 10.25%(2946억원, 27일 종가기준)의 자사주를 보유할 전망이다.
삼성생명은 지난해10월에도 자사주 650만주(3.25%)를 취득한다고 공시한다고 발표하면서 매입한 후 소각하지 않고 보유한다고 밝혔다. 이번 자사주 매입 역시 소각하지 않고 보유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자사주를 보유함으로써 배당을 받아 그룹내 다른 금융계열사 지분 취득에 쓸 수가 있고 다른 백기사에 넘겨 의결권을 살려 지배구조를 탄탄히 할 수 있는 등 금융지주사 밑그림을 그리면서 다양한 각도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단순한 주가 부양의지였다면 당연히 자사주를 매입한 후 소각해서 유통물량을 확실히 줄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을 위한 수순을 밟음에 따라 향후 삼성그룹 계열사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삼성생명은 보유하고 있는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5% 이내로 줄여야 한다. 삼성생명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주요 비금융 계열사로는 삼성전자(보유지분율 7.5%), 호텔신라(7.9%), 에스원(6.1%)과 같은 상장사와 비상장사인 삼성경제연구소(14.8%) 등이 있다.
가장 커다란 장벽으로 다가오는 대목은 삼성전자 지분이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5%의 시장가치는 지난 27일 기준 12조9808억원에 달한다.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해 최소 2.5% 이상 팔아야한다는 점을 감안할때 시장에 매물로 나올 삼성전자 지분만 최소 3조2500억원에 달한다. 해당 지분이 제3자에 넘어갈 경우 삼성전자 대주주인 삼성 계열사 및 이건희 회장 등의 지분율은 지난해 9월말 기준 17.64%에서 15.14%로 낮아진다. 문제는 이를 해결해줄 우호주주인 ‘백기사’를 찾으려 해도 매각규모가 워낙 방대하다보니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기업분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던가 아니면 사업부별로 분사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덩치를 줄이는 조치가 취해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이 처분해야하는 삼성전자 지분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원샷법’이 통과되면 지주사 전환에 따른 지분 처분 시한이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연장되기 때문에 해당 사안은 충분한 시간을 거쳐 실행에 옮겨질 전망이다.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증권 지분 처리 방안도 관심사다. 금융지주회사법상 지주사는 금융계열사 지분을 자사주 포함 30% 이상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삼성생명은 삼성증권 지분을 삼성증권 자사주 8.71%를 포함해 총 19.85%를 보유하고 있다. 추가로 지분 10.15%를 매입하거나 보유 지분 11.14%를 전량 처분해야한다. 삼성증권 매각설이 꾸준하게 나오는게 이 때문이다. 지난해말 치뤄진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패배한 KB금융, 한국투자증권 등이 삼성증권 잠재 인수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모 업계 관계자는 “삼성증권이 은행이 없는 삼성그룹에서 사실상 은행 역할을 해왔고 금융계열사 중에서 핵심
이밖에 호텔신라 지분은 그룹 계열사 매각이 유력한 상황이며 에스원의 경우 계열사 매각외에 외부 매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에스원은 일본세콤이 1대주주로 있기 때문이다.
[송성훈 기자 / 한우람 기자 /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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