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집값 대비 대출금(LTV)이나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DTI)이 60%를 넘는 주택담보대출은 비거치식 분할상환이 의무화된다. 이자만 내는 거치기간은 길어도 1년으로 제한된다는 얘기다. 이미 2건의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상태에서 3번째 집을 대출을 끼고 구입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은행권은 이같은 주택대출에 대한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2월 1일부터 수도권 지역을 대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완화하고 원금을 처음부터 나눠갚는 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한 조치다.
먼저 LTV나 DTI가 60%를 넘는 대출은 ‘고부담대출’로 분류해 1년 이내 거치를 제외한 거치식 대출이 금지된다. 다만 LTV가 60%를 초과하더라도 DTI가 30%를 밑돌면 1년 이상 이자만 내는 거치식 대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소득산정 때 신고소득을 적용한 대출도 분할상환 의무화 대상이다. 신규 주택구입용 대출에 적용되고 이미 거주하고 있는 집을 담보로 생활비 등을 빌릴 때는 적용되지 않는다. 중도금과 이주비, 잔금대출 등 집단대출과 상속 등에 따른 불가피한 채무 인수 등도 예외다.
변동금리 대출의 경우 향후 금리변동 가능성을 감안해 약 2%포인트가량의 가산금리가 붙게 되기 때문에 대출을 받을 금융소비자는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실제 금리를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다만 이같은 가이드라인은 은행 이외의 금융회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처럼 주택담보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보는 ‘여신심사선진화 방안’ 시행을 앞두고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빌릴 사람은 미리 다 빌렸다는 얘기다.
28일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을 살펴보면 올해 1월말(25일 잔액 기준) 332조2387억원으로 전년동기(300조3297억원) 대비 10.6% 증가했다. 또 지난해 12월 잔액인 325조9075억원에 비해서도 소폭(7074억원) 늘었다.
1월 분양시장이 비수기로 접어들었고 금융당국이 집단대출에 대해 모니터링을 실시하면서 집단대출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신규 주택 구입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전체적인 잔액도 증가세를 유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의 대출규제로 주택구매심리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시장은 지난해 공급과잉에 따른 미분양 우려,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서울지역 아파트 거래량이 전달에 비해 절반 수준에 그치는 등 매매심리가 잔뜩 얼어붙은 상태다. 비수도권에도 새 제도가 시행되는 5월을 전후해서는 이같은 분위기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연초 부동산 거래가는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다음달 부터 대출규제로 원금상환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 커지고 이자부담이 가중되면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하지만 대출규제가 부동산 가격 변동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도 있다. 거래량이 급감한 것은 겨울철 비수기라는 계절적 영향이 크고 미분양도 지역적으로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김기정 기자 / 정석우 기자 /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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