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이 시장의 변동성이 심할 때는 재빨리 상황판단해 리밸런싱(자산 배분 조정)을 하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수익률이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판단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오차가 커질 뿐입니다.”
삼성증권의 로보어드바이저 개발을 맡고 있는 이제훈 정보시스템 담당 전무는 로보어드바이저의 장점을 사람보다 빠른 실행속도로 꼽았다. 알고리즘에 의해서 신속한 판단이 가능하고 머신러닝으로 투자전략이 진화하는 로보어드바이저는 앞으로 자산관리의 대세가 될 것이란 기대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미사일 궤도를 계산하던 공학자들이 냉전종식 후 월스트리트로 진출해 금융시스템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것처럼 IT와 금융이 융합한 로보어드바이저는 자산관리의 기대수익률을 더 올릴 것”이라 말했다.
그는 빠른 결정과 주문, 리밸런싱이 로보어드바이저 성공의 관건으로 봤다. 이 전무는 “로보어드바이저의 안정성은 수많은 데이터를 활용해 시장상황에서 가장 최적의 선택을 신속하게 내리는 것에서 나온다”라며 “삼성증권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선보이기 전 대량의 투자주문을 시스템 과부하 없이 할 수 있는지를 계속 검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짠 운용전략을 가상 거래환경에서 수익률을 검증한 결과 변동성이 심한 하락장에서도 만족할만한 수익률이 나왔다. 이런 투자성과검증시스템은 삼성증권이 처음으로 개발한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등 다양한 경우의 수를 반영한 가상 거래환경에서 로보어드바이저 운용 전략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검증한다.
알고리즘에 의해 투자자산을 선택하고 배분을 결정하는 로보어드바이저는 아직 초기 개발 단계다. 이 전무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시작한 곳은 많지만 기존의 시스템 트레이딩이나 퀀트 분석을 응용한 곳이 대부분이다”라며 “IT에 익숙한 투자자들이라면 성과에 따라 로보어드바이저업체를 잘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쏠림현상이 심하고 몇 곳은 도태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법적으로는 로보어드바이저는 온라인상에서 자문은 할 수 있지만 실제 투자를 실행하는 일임 계약은 불가능하다. 이 전무는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온라인 일임 계약이 허용되고 있지 않지만 투자자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건 오히려 로보어드바이저가 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설문조사로 직접 투자성향을 묻는 기존의 방식보다는 소비자의 과거 투자행태에 대한 데이터를 통해 본인도 몰랐던 투자
김 전무는 첫 직장인 코스콤에서 독학으로 IT와 코딩 기술을 익혀 1999년도에 크레딧스위스에 영입됐다. 15년간 IT부문의 임원으로 활동하다 삼성증권으로 옮겨 로보어드바이저 등 정보시스템 개발을 하고 있다.
[김제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