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SKC 한화케미칼 현대비앤지스틸 대성홀딩스 한솔제지 등 A등급 기업이 최근 국내 증권사와 대표 주관 계약을 맺고 설 연휴 이후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연초 기관투자가들 자금 집행 재개 효과, 수요예측 시 블라인드 방식 첫 도입에 따른 우량 회사채 확보 경쟁으로 발행 시장이 활황을 보였다. 수요예측을 실시한 국내 기업들은 LS전선 일부 회사채를 제외하고 모두 오버부킹을 기록했다.
그러나 설 연휴 이후 A등급 이하 회사채 발행이 본격화하면서 투자 수요가 차별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신용등급이 BBB+로 떨어진 대한항공이 회사채 1500억원어치를 발행하기 위해 실시한 수요예측에는 투자주문이 120억원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최근 실적이 부진한 데다 대규모 항공기 도입, 호텔·레저 관련 투자 확대 등으로 부채비율마저 나빠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계열사 한진해운에 대한 자금 지원 부담이 높다는 점이 투자자들이 선뜻 대한항공 회사채에 투자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A등급인 한화는 1000억원 발행을 위해 실시한 수요예측에 주문이 1000억원 들어와 가까스로 투자수요를 채웠다.
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옥석 가리기를 통해 안정적 실적을 내는 내수업종 기업만이 투자 수요 확보에 성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회사채 시장 발행 여건은 A등급 기업들에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투자 수요가 우량 등급과 단기물에만 편중되면서 회사채 가산금리(크레디트 스프레드) 양극화 흐름은 강해지고 있다.
김태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AA- 이상 우량 회사채는 지난해 말 불가피하게 회계장부 마감(북 클로징)을 앞당겨야 했던 기관투자가 매수 수요가 누적된 상황이고 BBB급 회사채는 세제와 공모주 특약 혜택을 제공하는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 수요로 비교적 우호적인 편"이라며 "반면 A급 회사채는 양쪽에서 배
특히 최근 주가연계증권(ELS) 발행 감소는 A급 회사채 수요를 더욱 축소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부 증권사가 고수익 ELS를 설계하기 위해 단기물이나마 비우량채를 매수하면서 그간 회사채 시장 양극화를 완화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김혜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