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2월 04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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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그룹 계열 비상장사인 현대오일뱅크 매각 여부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선업황 부진에 따른 모기업 고전으로 인해 매물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급락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오히려 정제마진은 호조세를 보이고 있어 매물로 나올 경우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증권사 및 회계법인, 로펌 등은 현대오일뱅크 매각 관련 탐문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까지 현대중공업그룹 측은 유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향후 매물화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 대주주는 현대중공업으로 지분 91.13%를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3~2014년께 GS칼텍스를 비롯한 동종기업에 현대오일뱅크 인수 의사를 타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당시 정유업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던 탓에 동종업계들이 쉽사리 덤벼들 수 없어 해당 시도는 무위에 그쳤다. 현대오일뱅크 당기순이익은 2013년 2151억원에서 2014년 42억원으로 급감한 바 있다.
최근 사정은 달라진 모습이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정유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됐지만 유가급락으로 석유제품 수요는 크게 늘어난 반면 석유제품 가격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제한됨에 따라 정제마진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며 현대오일뱅크 실적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4590억원, 당기순이익 3242억원으로 호조세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에쓰오일 등 정유주가 상승폭이 큰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이에따라 현대오일뱅크 기업가치는 5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비교대상으로 거론되는 에쓰오일이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8604억원, 당기순이익 5960억원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가총액이 8조8000억원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이 전체 보유지분을 매각할 필요 없이 오일뱅크 지분 50%와 경영권을 매각한뒤 향후 기업공개(IPO) 이후 잔여지분에 대한 이익을 취하는 방법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이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포함해 3조원을 웃도는 현금을 거머쥔 뒤 잔여지분을 통해 공동 경영 혹은 차익실현에 나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오일뱅크 인수 후보군으로는 롯데그룹, 한화그룹 등이 거론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 2007년 에쓰오일 소수지분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경영권 인수를 원한 탓에 해당 인수전에서 철수한 바 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1990년 옛 호남석유화학(롯데케미칼)을 통해 경영 입문을 한 탓에 석유화학 업종에 대한 애착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 역시 '잃어버린' 정유업 재진출에 대한 의지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그룹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여파로 지난 1999년 경인에너지를 현대오일뱅크에 매각한 전력이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7월 알뜰주유소 사업자 선정전에 참여해 한화토탈이 공급자격을 따내는 등 정유업 재진출에 대한 열망이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현대오일뱅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역시 잠재적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강두순 기자 /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