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국투자금융과 KB금융은 이날 공시를 통해 인수의향서 제출 사실을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대우증권 매각전에 참여했지만 미래에셋증권에 밀려 대우증권 인수에 실패한 바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들 외에 최근 대형화에 나선 메리츠종금증권도 강력한 인수 후보군으로 꼽고 있다.
한투금융과 KB금융은 현대증권 인수를 통한 투자은행(IB) 부문 강화를 꾀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국내 증권업계는 최근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등으로 소매금융(리테일) 부문에서 타격이 예상되고 있어 IB 업무 역량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인수 후보 관계자들은 "현대증권 실사를 통해 시너지 효과가 충분히 날 수 있는지, 자산 부실 가능성은 없는지 등을 면밀히 검토해 최종 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증권은 대우증권 매각이 마무리 단계에 있는 현 상황에 남아 있는 유일한 대형 증권사 매물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자기자본 3조2166억원으로 자본시장법상 IB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을 갖고 있다.
현대증권 매각 대상은 현대상선 등이 보유한 지분 22.56%로 이날 현대증권 시가총액 1조2517억원 기준 시장 가치는 2800억원이고,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더할 경우 3700억원 규모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증권 매각가가 4000억~5000억원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현대증권은 최근 매각된 대우증권, 옛 우리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 대비 가격 메리트가 높다는 게 변수로 꼽힌다. 이날 현대증권 시가총액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9배에 불과하다. 대우증권은 매각가 기준 PBR가 1.28배, 옛 우투증권은 매각 당시 PBR가 0.71배였다. 이론상 현대증권 인수단가가 이들 대비 30~50%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그러나 현대증권 시장 가격이 낮다는 점은 오히려 매각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증권 지분에 대해 우선매수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 후보군이 낮은 가격을 제시할 경우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보다 더 높은 가격에 현대증권을 사들일 수
현대그룹은 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그나마 돈이 되는 현대증권을 매물로 내놨다. 현대증권 대주주 현대그룹과 매각주간사인 EY한영은 이달 29일까지 인수의향서를 접수한다.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