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40% 오른 1888.30원을 기록해 전날 1.47% 상승한 데 이어 이틀 연속 강세를 이어갔다. 설 연휴가 끝난 직후인 지난 11~12일 이틀간 4.3% 폭락한 것과는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다. 이대로라면 1900선을 넘어 연휴 시작 직전 지수인 1917.79를 넘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증시 반등을 이끈 주체는 다름 아닌 외국인이었다. 냉랭하던 외국인 투자자가 나흘 만에 국내 주식을 858억원어치 사들여 지난 5일 이후 처음 순매수로 돌아서자 분위기가 뒤바뀐 것이다. 실제 지난 11~13일 외국인이 5894억원어치 한국 주식을 투매하는 동안 폭락했던 바이오·화장품 등 고평가된 성장주를 중심으로 이날 회복세가 완연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제약(9.35%) 종근당홀딩스(8.02%) 동아에스티(6.25%) 제일약품(5.05%) 에이블씨엔씨(5.53%) 등 바이오·화장품주들이 5~9%대 상승률을 보였다. 업종별로도 외인의 차익 실현이 최근 두드러졌던 섬유의복(3.88%) 의료정밀(2.41%) 의약품(2.1%)의 반등이 뚜렷했다.
코스피를 추종하는 외국인 자금이 다시 유입되자 삼성전자(1.21%) 한국전력(1.33%) 현대차(1.08%) SK하이닉스(4.33%) NAVER(3.42%) 등 시가총액 상위주들도 일제히 올랐다.
전문가들은 전날 드라기 총재가 3월 통화완화 정책 가능성을 재차 확인해준 것이 글로벌 정책 공조 기대감을 불러일으켜 외국인의 마음을 되돌렸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ECB가 이탈리아의 부실채권을 사들이겠다는 계획까지 내비치자 금융권 부실에 대한 위기감까지 진정됐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배럴당 30달러를 회복하며 이날 증시 상승 분위기에 불을 지폈던 유가가 장 마감 이후 29달러대로 급락한 만큼 투자심리가 다시 냉각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짙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석유장관이 산유량을 그대로 동결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와 증시 반등을 뒷받침했던 감산 합의에 대한 기대가 무너진 것이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OPEC 감산 합의에 대한 기대감이 국제유가와 글로벌 증시 반등을 이끌었는데 현실화하지 못했다"면서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초에도 감산 가능성을 내비친 뒤 흐지부지된 전례가 있는데 점점 OPEC이 '양치기 소년' 같은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증시를 좌지우지하는 핵심 동력이 '유가'라는 것만은 분명해졌다"면서 "상품가격이 올라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도이체방크 등 유럽 은행 위기설까지 잠재웠던 만큼 유가가 바닥을 찍었다는 확신을 주지 못하면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유가가 떨어질 때마다 줄기차게 이어진 외국인 매도 폭격에 지친 시장에서는 외국인이 당장에라도 코스피를 다시 외면할지 모른다는 불안이 짙다. 거시경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럽계 자금이 매매 방향을 선회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강현철 부장은 "낙폭 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이 1900선 초반까지는 이어지더라도 그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단기 반등은 가능하지만 전 고점을 상향 돌파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윤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