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2월 15일(06:0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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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산업은행이 회계감사를 맡을 회계법인을 찾는데 국내 '빅4' 회계법인 중 단 한 곳도 제안서를 내지 않아 업계 화제다. 대형 회계법인들은 감사 수수료 대신 M&A 자문 등 다양한 용역을 수임하기 위해 전략적 차원에서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
지난 12일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이 이날 2016년~2018년도 외부회계감사인을 선정하기 위한 최종 입찰제안서를 마감한 결과, 삼일PWC·삼정KPMG·딜로이트안진·EY한영 소위 '빅4' 로 불리는 대형 회계법인들이 모두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대형 회계법인들은 그동안 산은의 회계감사를 차례로 도맡아왔다. 산은은 규모나 업계 지위, 관계 및 상징성 측면에서 회계법인들이 놓칠 수 없는 '대형 고객'인 까닭에 빅4가 모두 입찰에 불참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직전 연도 산은의 외부회계감사인은 삼정KPMG 회계법인이었다.
빅4가 산은의 회계감사를 고사한 데에는 그만한 계산이 있다. 작년부터 산은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 되면서 M&A를 비롯한 다양한 딜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서다. 회계감사를 맡는 것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가 크게 늘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산은의 회계감사를 맡게 되면 이해상충 문제로 산은이 주체가 되는 거래의 매각 자문 등은 맡지 못하고 관련 용역에서도 제외된다. 이 탓에 삼정KPMG는 지난해 산은 주도의 수조원 규모의 M&A와 관련 용역에서 모두 배제돼 딜 본부 파트너들이 매우 안타까워 했다는 후문이다.
더욱이 산은의 회계감사 수수료가 시중은행의 40% 수준에 불과한 점도 이 같은 결정을 이끄는 요인이 됐다. 산은의 2016년~2018년 회계감사 수수료는 64억원으로 연 20억원 수준이다. 규모와 업무 강도는 시중은행들에 비해 높은 반면 수수료는 낮아 투입 대비 효용이 적다는 게 회계법인들의 공론이다. 수수료만 단순 계산해도 여러 건의 용역을 수임하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이다.
빅4 회계법인 중 한 곳의 한 임원은 "올해부터 산은 주도의 구조조정이 더욱 본격화 될 전망이어서 관련 용역이 크게 늘 것으로 보고 있다"며 "감사를 맡으면 용역을 수임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에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효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