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방문한 위례신도시. 올 연말까지 입주 계획이 잡힌 2만2000여가구 중 9000여가구가 벌써 집들이를 마친 만큼 이제 사람 사는 분위기가 풍겨야 하겠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살풍경’ 그 자체였다. 도시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트램노선은 전혀 정비되지 않은 채 곳곳에 흙더미만 잔뜩 쌓여있던 것.
이 때문에 트램로 바로 옆에 들어선 아파트 주민들은 입주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트램라인 쪽으로 나 있는 정문을 이용할 엄두도 못 내고 후문으로 드나들고 있었다. 이 아파트 입주자인 주부 송모씨는 “분양할 때만 해도 입주날짜에 맞춰 트램로가 도로로 정비돼 있을 거라 들었는데 입주 뒤에도 이런 상태”라며 “병원이나 식당, 대형슈퍼마켓도 거의 없어 한번 장을 보려면 인근 가든파이브까지 나가야한다”고 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늑장행정 탓에 위례신도시 최고 개발호재로 꼽히는 위례선 트램 라인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당초 2017년으로 잡혔던 개통날짜가 2021년으로 늦춰진 데다 입주 전까지 약속했던 노선 도로정비도 지지부진해 주민들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위례신사선과 위례선 트램라인이 교차하는 위례중앙역을 낀 ‘트랜짓몰’은 그 위치 덕에 위례신도시에서도 가장 입지조건이 좋고 그만큼 몸값도 끌어올린 주역으로 꼽힌다. 2021년 지하철8호선·분당선 복정역과 5호선 마천역을 잇는 총 길이 6㎞의 트램노선은 위례신도시 대표 개발호재다. 트램노선 한 가운데에 있는 트랜짓몰에는 이미 작년말 입주한 아이파크1차를 시작으로 오는 7월까지 2000여 가구가 추가 입주할 예정이다. 이를 포함해 위례신도시 전체에는 연말까지 약 1만가구가 집들이를 마칠 전망이다.
하지만 입주와 맞춰 트램노선 부지를 보행자 도로와 공원으로 조성해 실제 트램을 짓는 2018년까지 활용하겠다는 LH 계획은 실제 입주가 본격화된 최근까지도 진척이 없다. 위례신도시 현장의 트램라인은 폭 26m 가운데 20m는 흙바닥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단지내 상가와 인접한 양쪽 끝 3m만 시행사가 직접 나서 포장을 마친 상태였다.
상황이 이렇자 주민들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트램로에 쌓인 흙더미 탓에 흙먼지가 풀풀 날려 창문을 못 여는 것은 물론이고 트램로를 지날때 안전사고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단지 내 상가 임차인 대부분이 점포 오픈을 미루면서 제대로 된 근린상가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트램로 바로 옆 아파트 단지 내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3개층에 8000㎡ 규모로 들어선 상가건물에 현재까지 문을 연 곳은 세탁소와 이발소, 공인중개사무소까지 달랑 3곳 뿐이다. 주로 연초 개장하려고 계획했던 곳들이 ‘흙바닥에서 장사할 순 없지 않냐’며 입점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는게 현지 공인중개인 전언이다.
주민들은 트램 착공이 늦어진 것은 어쩔 수 없다해도 당초 약속했던 보행로 조성 만큼은 입주시기에 맞춰 끝냈어야 하는게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린다. LH측은 이미 트램라인 아파트 입주에 맞춰 지난해 11월말까지 공사를 마치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국 차일피일 미뤘다는 것이다. 한 입주민은 “작년 12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항의하니 ‘1월말까지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1월에 다시 물어보니 ‘2월말에는 된다’고 말을 바꿨고 지금까지도 변한게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LH관계자는 “아이파크 1차와 포스코와이즈더샵 구간은 3월말, 아이파크2차와 힐스테이트 구간은 7월 말
한 부동산전문가는 “과거에 비해 신도시 택지개발 사업이 좀더 계획적이고 체계적이됐지만 입주민 불편을 초래하는 시대착오적 행정은 용서가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태성 기자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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