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판교 테크노밸리에 사옥을 옮기려고 알아보던 IT중소기업 대표 A씨. 적당한 임대료를 내건 건물을 찾던 중 주변보다 무려 30%나 싼 월세를 내걸고 회의실과 창고까지 무료로 주는 파격적인 조건에 혹해 덜컥 계약했다. 이 건물은 원래 B사가 100% 자체 사옥으로 활용한다는 조건으로 분양받았던 곳이라 여기에 임차인으로 들어가는 것은 ‘불법’이었다. 하지만 워낙 임차조건이 좋은데다 ‘나중에 혹시 걸리면 우리가 다 책임지겠다’는 B사의 호언장담을 믿고서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것이다.
하지만 최근 경기도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B사의 불법임대 행위가 적발되면서 당장 길거리로 나앉는게 아닌가 불안에 떨고 있다. A씨는 “일단 처음 계약한 임대기간은 보장해준다고는 하지만 이마저도 확실하지 않다”며 “갑작스런 사무실 이전 비용에다 그간 투자한 인테리어비까지 손해가 막심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판교테크노밸리처럼 기업들에게 싼 값에 산단 부지를 분양하는 대신 임대비율을 엄격히 제한한 곳에서 싼 임대료 유혹에 넘어가 불법 임대 계약을 맺는 사례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는 최근 판교테크노밸리 일반연구용지에 입주한 기업 가운데 당초 제출한 사업계획보다 더 많은 면적을 임대로 내놓아 ‘임대장사’를 한 9개 기업에 대해 제재조치를 내렸다. 위약금을 부과할 뿐 아니라 원래 제시했던 임차비율을 지키지 않으면 부지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강력한 내용이 담겼다.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조성된 판교테크노밸리는 각종 첨단기업을 육성한다는 취지에 맞게 입주희망 업체에게 인근 용지보다 많게는 수백억원이나 싼 값에 연구지원용지를 분양했다. 여기에는 건물 전체를 자체 사옥으로 쓰거나 혹은 10%만 임대하겠다는 식의 조건이 붙었다. 당시 기업들은 이런 내용을 사업계획서에 담아 경기도 승인을 받은 후 입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강남에서 판교로 사옥을 옮기는 기업이 많아진 것에 착안한 기업들은 도청과의 약속을 무시하고 임대장사에 주력했다. 애초에 용지를 싼 값에 분양받은 만큼 주변보다 저렴한 값에 임대해도 큰 수익이 생긴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이번에 시정 조치를 받은 한 방송사는 당초 임대비율 ‘0%’를 조건으로 땅 분양을 받았지만, 사옥 전체를 임대로 내놓고 전체 면적 76%에 임차기업을 채운 것으로 확인됐다. 임대료 할인과 각종 편의공간을 무료로 제공하고 불법임대가 적발돼 혹시 강제로 방을 빼야 할 경우 이사와 새 사무실 인테리어비 등 모든 비용을 자신들이 책임지겠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담았기에 가능했다. 다른 기업도 비슷한 조건을 내걸고 임차마케팅에 나선 결과 현재 판교에서 불법임대 중인 임차기업은 수백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IT와 BT 등 첨단산업 기업만 들어갈 수 있는 판교테크노밸리지만, 심지어는 보험사무소까지 임차인으로 받았을 정도로 업종구분까지 무시하는 ‘무대뽀식’ 임차계약이 성행했다는게 관계자들 설명이다.
이런 불법임대가 적발될 경우 1차적인 책임은 임대기업이 지지만, 그 여파는 임차기업까지 미칠 수밖에 없다. 경기도 관계자는 “계약위반에 대해 임대인에게 위약금을 부과하는데, 이를 임차인에게 전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당초 임대기업이 내걸었던 ‘적발시 보상’ 조항도 임차기업이 강제로 퇴거해야 할 때만 해당되는 만큼 실제로 기업들이 보상받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는 비단 판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김민수 교보리얼코 LM팀 과장은 “적잖은 기업들이 산단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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