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이 씨가 말랐다”
채권추심업을 하는 신용정보회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불황에 호황을 누려야하는 업종 특성이 무색하게 시장에는 부실채권이 좀처럼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아사(餓死)’ 직전”이라며 절박함을 호소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 카드사, 보험사, 캐피탈, 저축은행 등 금융사 채권부터 비교적 회수율이 높은 통신사 채권까지 신용정보사가 위탁해 추심하는 물량이 크게 줄면서 채권추심사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다. 신규매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업계는 기존 보유 채권 관리를 통해 간간히 현상 유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본지가 입수한 채권추심을 하는 20개 업체 실적 가운데 작년 매출이 전년 대비 늘어난 곳은 11개 업체(고려, 미래, 아프로, 코아, 새한, A&D, BNK, IBK, KB, KS, SCI)로 이마저도 매출이 소폭 증가에 그친 곳이 대부분이다. 나머지 나라, 세일, 신한, 씨티, 솔로몬, 우리, DGB, NICE, SGI 등 9곳은 매출이 감소했다.
계열사나 자회사에 채권추심 물량을 밀어주는 영업도 시장 침체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관계사 밀어주기식 영업에 대한 규제 근거가 없다보니 물량을 관계사에 대부분 할당하는 불공정 거래를 지속하고 있다. 실례로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을 계열 관계에 둔 A사는 작년 매출이 98억9200만원으로 전년 49억8900만원 대비 2배 급증했다. 이외 매출이 늘어난 곳은 IBK 등 상당수 금융지주 계열로 관계사를 통해 안정적 채권 물량을 제공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흔히 얘기하는 영업력에 의한 추심 물량 확보라기 보다는 자회사 밀어주기 형태이기 때문에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회수율이 높아 선호도가 높은 통신사 채권 역시 관계사에 물량 할당식 영업 관행에 시중에 나오는 채권은 많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국내 시장의 50%를 선점하고 있는 SK텔레콤은 자사 통신 채권을 자회사로 설립한 에프앤유신용정보를 통해 상당수 흡수하고 있다. 통신사 채권은 회수율이 높아 인기가 많은데, SK텔레콤이 이 채권의 상당을 자회사를 통해 밀어주기식 영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대부업체와의 경쟁도 전문적으로 채권을 추심하는 신용정보사들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대부업체는 채권을 직접 매입해 추심까지 가능하지만 신용정보사들은 직접 채권 매입을 통한 추심은 법으로 금지돼 있어 위탁 추심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까닭에 시장에 나오는 채권은 상당량 대부업체가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대부업체가 채권을 매입해 추심하면 불법추심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전문적으로 추심을 하는 신용정보사에 직접 채권을 매입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수십조원에 달하는 체납 세금을 사실상 위탁 추심하지 못하는 현행 법 체계도 추심시장이 활성화하지 못하는 요인으로 손꼽힌다. 한해 거두지 못해 결손하는 국세가 8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