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 건설로 끊어졌던 우면산과 말죽거리공원이 반세기만에 생태육교로 이어진다. 서울 남산에서 한강·서리풀공원·우면산으로 이어지는 서울 도심 남북방향 녹지축이 보행로를 통해 완전히 연결되는 셈이다.
6일 서울시와 서초구에 따르면 경부고속도로 서초IC 남쪽 300m 지점에 우면산과 말죽거리공원을 연결하는 보행육교가 조성된다. 서초구는 올해 서울시로부터 22억원의 시비를 지원 받아 기본계획안을 작성하고 국내외 유명 건축가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있다. 다리를 짓는데는 총 190억원의 예산이 들 것으로 보인다.
최광빈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이날 “경부고속도로라는 공간적 상징성에 걸맞고 주위 환경과도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신중을 기할 것”이라며 “단절된 녹지를 잇는 기능뿐 아니라 생태적 요소도 감안해 다리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리가 지어지면 서울 남산에서 시작해 매봉산~한강~서리풀공원~매봉재산~우면산~말죽거리공원까지 도심 녹지가 보행로로 연결된다. 길게는 북한산성에서 북악산과 서울성곽길을 거쳐 한강과 우면산·청계산으로 이어지는 남북방향의 거대한 녹지 벨트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현재 서울둘레길 4코스는 우면산과 말죽거리공원의 단절로 양재시민의 숲에서 지하도를 지나 바로 우면산으로 진입하게끔 짜여져 있다. 보행육교가 건설되면 시민의 숲에서 말죽거리공원을 거쳐 우면산으로 넘어가는 경로도 가능해진다.
앞서 2004년에는 예술의 전당 앞 남부순환로 위로 아쿠아아트육교가 지어져 우면산까지 보행로가 연결됐고, 지난 2009년 반포대로 위로 서리풀공원과 몽마르뜨공원 사이에 ‘누에다리’가 들어서면서 도심의 녹지를 이었다. 두 다리는 통행기능 외에도 특이한 디자인으로 널리 알려지며 지역의 상징물로 자리를 잡았다.
말죽거리공원은 원래 우면산의 일부였으나 1968년 경부고속도로 한남~수원 구간이 개통되면서 산줄기가 끊어졌다. 왕복 10차선의 고속도로 때문에 두 곳을 도보로 오가기 위해서는 서초IC나 양재초등학교 인근의 지하도로 돌아서 갈 수 밖에 없다.
소가 잠 자는 모습을 닮았다는 의미를 가진 우면산(牛眠山)에서 말죽거리공원은 소의 머리부분이다. 남태령고개로 소의 ‘꼬리’가 잘려나간데 이어 고속도로로 소의 목이 잘린 형상이 되면서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풍수적으로 좋지 않고 사고를 부른다는 속설이 떠돌기도 했다.
굳이 풍수적 이유가 아니더라도 우면산~말죽거리 보행육교 건립은 이 지역의 숙원이었다. 20년 전부터 육교 건설을 위한 계획이 추진됐으나 대내외 악재로 번번이 좌초됐다.
서초구는 1997년 지금과 같은 자리에 길이 120m·폭 5m의 2층 사장교를 건설하는 계획을 내고 1999년 완공한다는 목표까지 세웠지만 외환위기 등으로 무산됐다. 2006년에도 같은 자리에 길이 200m·폭 40m의 대형 생태육교 건설안이 만들어졌지만 실행되진 못했고, 이후 경부고속도로 도심구간 덮개공원 조성안에 포함됐으나 공원 자체가 무산됐다.
서초구는 다리를 지으면서 생태성과 상징성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사람뿐 아니라 동물도 오갈 수 있게 만들어 끊어진 생태성을 복원한다는 취지다. 또 다리가 경부고속도로 시작점에 놓여 자연스럽게 서울의 관문이 될 것으로 보고 미적인 요소에도 심혈을 기울인다는 설명이다.
다리의 디자인은 서래마을 등으로 프랑스와 인연이 깊은 서초구가 한국-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 건축가의 자문을 얻어 결정될 예정이다. 앞서 예술의 전당 앞 ‘폭포다리’로 불리는 아쿠아아트육교도 프랑스 유명 건축가인 다비드 피에르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정보사터널(서리풀터널) 등과 함께 지역의 숙원으로 꼽히던 사업이 서울시 지원으로 첫 삽을 뜨게 됐다”며 “대한민국의 대표적 생태교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전문가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집단지성을 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석민수 기자 /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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