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5조5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대우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9조원대 영업손실을 입은 이후 한국 기업이 기록한 최악의 실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8년간 영업이익을 1년 만에 까먹은 셈이다.
7일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누적 매출액 12조9743억원, 영업손실 5조5051억원, 당기순손실 5조1324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2.7% 줄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사상 최대 적자로 돌아섰다. 대우조선해양의 심각한 재무 상태를 알고 있던 업계와 시장에서도 5조5000억원 넘는 적자 소식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3개월간 증권사들이 내놓은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영업손실 전망치는 4조5800억원 수준이었다.
최근 들어 대우조선해양 영업손실이 5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얘기가 돌았지만 5조5000억원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보수적으로 실사를 벌인 결과 발표한 대손충당금 규모도 5조3000억원 수준이었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이번 어닝 쇼크에 대해 "해양플랜트 공사에서 추가 작업(change order)을 하고도 아직 대금 정산이 확정되지 않아 수익으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조선업계 일각에서는 어차피 지난해 최대 손실을 발표해야 할 대우조선이 '이번 기회에 털 것을 다 털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대부분 악재가 지난해 반영된 만큼 올 1분기부터는 실적이 바닥을 딛고 일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1분기 흑자 전환 가능성도 제기된다. 7일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주 잔량을 보유하고 있고 전체 잔량 가운데 약 35%(51척)가 고부가가치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선"이라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건조에 들어감에 따라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대우조선해양 주가는 신규 수주 기대감에 전일보다 14.2% 급등한 604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달 들어서만 42% 올랐을 정도로 주가 상승세가 가팔랐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에도 손실이 발생했지만 이는 지난해 채권단이 실사를 통해 확인했던 규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며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도 충실히 반영했기 때문에 향후 수익 개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3조7448억원, 영업손실은 973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4조5501억원) 대비 17.7% 줄었고, 분기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이와 관련해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10일 올해 첫 기자간담회를 연다. 지난해 실적 회복 계획과 추가 구조조정 등 향후 경영 정상화 계획을 밝힐 것으로 관측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지난해 4분기 부실을 다 털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상선과 특수선을 합해 1100억가량의 환입이 발생했다"며 "잔여 매출을 보면 희망적으로 전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글로벌 시장 침체 타격이 깊어지면서 대우조선해양이 기대한 만큼 실적 회복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해양플랜트 시장 직격탄 등 지난해 상처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실제 저유가로 대형 컨테이너선, LNG선 발주가 급감하며
[전범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