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초 강남권에서 3.3㎡당 가장 비싸게 팔린 강남대로변 나라빌딩. [김태성 기자] |
강남대로변 대표 프라임급(연면적 6만6000㎡ 이상) 빌딩인 메리츠타워는 요즘 강남권 오피스빌딩이라면 어디든 제공하는 '렌트프리(1년 중 일정 기간 임대료를 받지 않는 것)' 서비스를 거의 내놓지 않고도 현재 공실률이 3.3%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임차인 간 이사 기간이 엇갈려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자연공실률이 연 5% 수준인 만큼 사실상 '공실 제로'인 셈이다. 현재 이 빌딩 임대료는 3.3㎡당 10만5000원 선으로 렌트프리가 없는 것을 감안한 실질 임대료로 보면 강남 최고가 수준이다.
경기 침체에 잠시 식었던 강남대로 빌딩시장 열기가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전통적인 강남권 빌딩 밀집 지역인 테헤란로가 판교의 부상에 급격히 몰락하는 것과 달리 광역버스와 지하철 9호선 연장 등 서울과 경기권 일대를 아우르는 광역교통망에다 전국 최대 상권인 강남역세권을 끼고 있는 강점에 '여기만 한 곳이 없다'며 투자자들이 뭉칫돈을 들고 몰려들고 있다.
1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강남대로변 빌딩에 입주하는 기업들이 몰리면서 빈 점포나 사무실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지난달 삼성전자가 강남역 4번 출구 바로 앞 대륭강남타워 대부분을 '통임대'했고, 최근 캠코양재타워에는 한국전력 강남지사가, 에이프로스퀘어에는 영단기어학원이 들어오는 등 잇따라 임대계약이 이뤄진 것.
빌딩을 매입하는 '큰손'들 움직임도 바빠져 작년 말을 기점으로 중소형부터 초대형까지 손바뀜이 이뤄진 매물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논현역 인근 4층짜리 꼬마빌딩은 지은 지 무려 35년 지났다는 단점에도 작년 말 400억원 가까운 값에 팔렸고, 신사역 초역세권 지상 4층 오피스는 무려 3.3㎡당 1억8500만원이라는 고가에도 무난히 계약을 마무리했다.
올해 국내 첫 프라임급 빌딩 매매 성공 사례가 강남대로변에서 나온 것도 주목된다. 지난 1월 코람코자산신탁이 2080억원에 사들인 강남역 나라빌딩은 강남권 대형빌딩 가운데 3.3㎡당 역대 최고 거래가(2300만원)를 찍었다.
황종선 알코리아에셋 대표는 "매매가격이 예년보다 뛰었는데도 수요가 많아 일단 매물이 나오기만 하면 족족 팔려나간다"며 "임차시장 분위기가 좋아 중소형 빌딩 신축도 꾸준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논현역 인근에 연면적 7200㎡ 규모 브랜드타워가 오는 7월 준공을 앞두고 있고, 미왕빌딩과 808타워 등도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뜨거워진 강남대로 분위기는 작년에 이어 지금도 치솟은 공실률 때문에 '최고 6개월 렌트프리'까지 내걸고 빈방 채우기에 고심하는 테헤란로와는 딴판이다.
두 지역 간 희비를 가른 것은 교통과 상권이다. 강남대로는 지하철 3호선 신사역과 양재역, 2호선 강남역과 7호선 논현역 일대를 관통하는 강남권 최고 교통요지다. 특히 신논현역~강남역 일대는 '빨간 버스'로 불리는 경기권 광역버스 정류장이 블록 단위로 촘촘히 몰려 있어 사실상 수도권 어디든 연결되는 광역환승센터 기능을 한다. 이 덕분에 강남대로 유동인구는 하루에만 100만명 수준으로 전국에서 제일 많다. 지난해 종합운동장역과 신논현역을 잇는 9호선 연장선이 개통한 데 이어 2021년 강남역에서 신사역까지 이어지는 신분당선 연장선도 운행되면 유동인구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오는 7월 강남대로 논현역 인근에 연면적 7200㎡ 규모로 준공하는 브랜드타워 조감도 |
업계에서는 강남권 빌딩 공급과잉이 염려되는 올해 하반기가 되면 강남대로 몸값이 오히려 더 뛸 것으로 예상한다. 테헤란로에는 파르나스타워, 잠실에는 제2롯데월드타워 같은 프라임급 오피스가 잇따라 임차인 모집에 나서는 반면 강남대로에서는 몇몇 중소형 빌딩 빼고는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최대 서비스드 오피스 업체인 위워크(WeWork)도 요즘 강남대로변 빌딩 임차를 수소문하고 있지만 이 일대 빌딩 공실이 없어 애를 먹고 있다"며 "빌딩시장에서 강남대로가 차지하는 위상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