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글로벌 펀드정보업체인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3월 3일부터 9일까지 전 세계 주식형 펀드에 44억6600만달러가 유입됐다. 올 들어 지난달 24일까지 8주 연속으로 총 557억달러가 빠져나가다가 2월 마지막 주에 2억3600만달러 순유입으로 전환되더니 3월 들어 순유입 규모가 크게 늘었다.
지난달 16일 산유국 생산 동결 합의로 국제 유가가 반등했고 2월 이후 중국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보인 점이 투자심리 개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길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 여건이 개선됐다고 판단한 전 세계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가 펀드에 다시 돈을 넣기 시작한 것"이라며 "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대부분 전 세계 증시에 투자됐다"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북미 주식형 펀드에 흘러들어간 자금이 40억6800만달러로 가장 많았다.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도 전주 1500만달러 순유입에 이어 17억3700만달러가 흘러들어갔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 신흥국에 투자할 때 가장 큰 고려사항은 달러 대비 현지 통화 환율"이라며 "당분간 달러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전 세계 투자자들이 환차익을 노리고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 자금을 넣고 있다"고 설명했다.
ECB에 대한 정책 기대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ECB는 10일 기준금리를 5bp 낮추는 등 기대를 뛰어넘는 양적 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당분간 추가 조치가 없을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면서 기껏 호전시킨 투자심리를 다시 돌려놨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센터장은 "드라기 총재가 앞으로 본인 발언 의도가 이미 가능한 대응수단을 모두 소진했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식으로 부연 설명을 할 것으로 보여 '실언'으로 인한 여파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글로벌 펀드에 자금이 유입될지는 미지수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핵심 변수인 국제 유가가 다시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산유국들이 생산 동결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수 있고 3월과 4월은 전통적으로 원유 비수기로 분류된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금융시장은 중국 금융시장 안정세가 외국인 순매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다시 중국 금융시장에 위기감이 고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경기 둔화가 심해지고 있고 외환 보유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 관건은 오는 15~16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미국 FOMC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지연될 것이라는 기대가 우세한 상황이지만 향후 발표되는 미국 1분기 성장률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나면 향후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달러 가치 상승으로 이어져 신흥국 펀드자금 순유입이 순유출로 바뀔 수도 있다. 조용준 센터장은 "추가 금리 인상이 당분간 어렵다는 연준 발표가 나오면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좀 더 두드러질 것"이라면서도 "아직 전 세계 실물지표가 뚜렷하게 개선된 것이 없기 때문에 전 세계 증시가 반등할 때가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줄일 수 있는 타이밍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주 열리는 FOMC 회의 결과가 오히려 전 세계 증시에 조정 빌미를 제공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홍콩과 싱가포르에 서 일하는 국내 증권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지 투자자들은 FOMC 회의 이후 증시 상황을 염려하고 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증시가 정책 기대감으로 움직여왔는데 미국 연준이 다음주에 시장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