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 내방객이 ISA 가입을 위해 계좌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있다. |
심지어 상품 수수료율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판매 현장에서는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 그동안 불완전 판매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밝혀 온 금융당국의 경고가 무색했다.
이날 오전 서울 시내 시중은행 한 창구를 방문한 ISA 가입자 A씨는 연신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바쁜 시간을 쪼개 은행을 찾았지만 헤매는 창구 직원 때문에 ISA 통장 개설에만 1시간을 쏟았기 때문이다. 수수료율 안내는 먼저 묻기 전에 없었고 ISA 예약가입 당시 기대했던 상품은 정작 가입할 수 없었다.
ISA 가입을 위해 한 은행을 방문한 B씨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 B씨는 판매 준비가 안된 창구 직원이 진땀을 빼는 모습에 적지 않게 당황했다. 상품 설명은 물론 수수료율 안내도 미흡했다고 B씨는 전했다. 해당 은행 창구 직원은 “지난주 금요일 오후에야 ISA에 편입할 수 있는 상품이 확정됐다”며 “죄송하다”는 말만 거듭했다. B씨는 ISA 계좌만 개설하고 발길을 돌렸다.
ISA 가입 절차에 대한 숙지 부족으로 가이드 매뉴얼을 보고 연신 관련 부서에 전화 문의를 하는 창구 직원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상품 편입 단계에서 전산에 문제가 발생한 곳도 확인됐다. 상품 운용비율 오류로 전산 재부팅을 하는 금융사 직원 앞에서 일부 고객들은 기다림에 불편한 기색을 보였고, 창구 직원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ISA 가입시 소득 증빙 서류를 첨부받아야 하는데 일부 금융사에서는 2015년이 아닌 2014년 기준 소득 증빙 서류로 가입을 받은 이후 다시 2015년 소득 증빙 서류를 제출하라고 안내하는 등 해프닝도 발생했다.
ISA 편입 가능 상품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ISA에 은행권 적금 상품 편입차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한 은행 지점을 찾은 C씨는 예금 상품만 가입할 수 있다는 은행 직원의 안내에 발길을 돌렸다. 해당 은행 직원은 “현재는 은행과 저축은행 예금만 가입할 수 있다”며 “6월에나 적금 상품을 가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온다. 은행이나 저축은행 예금 상품 금리가 수수료율을 제하면 ISA 가입 메리트가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한 저축은행 예금의 경우 ISA 운용 보수율(수수료율) 0.1%를 제하면 비과세 혜택이 무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과세를 적용하면 통상 0.2%포인트 정도 우대금리 효과가 있는데, 수수료율을 감안하면 ISA에 3년에서 5년 동안 묶어 자산을 운용할 경우 크게 유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펀드담당, 예금담당 직원들이 ISA를 함께 판매하다 보니 혼선도 발생하고 있다. 이날 ISA 계좌를 계설한 D씨는 “펀드쪽은 자격증이 없어서 다른 분께 설명을 들으셔야 합니다” 등 “무려 3명에게 설명을 받는 해프닝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앞서 금융소비자원 등 소비자단체들은 ISA 준비 상황이 미흡해 소비자 피해와 불편이 발행할 수 있다며 시행 연기를 주장한 바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ISA를 지금과 같이 어설프게, 허술하게 준비해 시행하면 시장과 소비자의 혼란이나 피해가 확실하다”며 “제도와 소비자 보호 대책을 보완 후 시행해도 늦지 않다”며 현재까지 ISA 불가입 운동을 전개중이다.
시중은행 일선 창구 한 관계자는 “ISA 준비 기간이 짧다보니 고객들에게 설명하는데 여러가지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며 사실상 준비가 미흡한 상황에서 판매를 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ISA 판매 첫날 여러가지 시행착오가 나오는 것에 대해 ISA 출시를 주도한 금융위는 이렇다할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준비가 미흡했다라고 인정하면서도 후속 대책에 대해서 구체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란
연 2000만원 납입한도 안에서 예적금·펀드·파생결합증권과 같은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 김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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