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중장기 관점에서 중국 증시의 투자 매력이 큰 것은 맞지만 특정 국가보다는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국이나 글로벌 시장에 분산투자하는 것이 위험 대비 수익성 관점에서 낫다고 조언한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비과세 해외펀드 설정액 상위 20개 펀드 가운데 10개가 중국 투자 펀드로 나타났다. 투자액 기준으로는 전체 1000억원 가운데 40%가 중국 펀드였다. 비과세 해외펀드 310개 가운데 중국 펀드가 92개로 30%인 점을 감안해도 중국 펀드로의 자금 쏠림이 두드러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앞서 2007년 6월~2009년 12월 1차 해외펀드 비과세 기간에 절반이 넘는 자금이 중국 펀드(홍콩H)로 쏠렸다. 2008년 상반기 6000선을 넘었던 상하이종합지수는 이후 급락해 2014년 하반기 후강퉁(중국 상하이거래소와 홍콩거래소 교차거래) 시행을 계기로 반등하기 전까지 6년 동안 2000선을 맴돌았다. 2008년 20조원을 넘었던 중국 펀드 설정액은 현재 5조원에도 채 못 미친다. 손실액이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중국 펀드로 돈이 몰리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일선 영업점 PB들은 지난해 6월 상하이종합지수가 5160까지 오른 이후 급격히 조정을 받으면서 현재 지수대(3월 17일 종가 2904)가 저평가됐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조재영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 부장은 "부자 고객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보다 비과세 한도 제한이 없는 해외주식투자펀드에 관심이 더 많다"면서 "비과세 기간이 10년으로 긴 만큼 중장기 관점에서 투자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비과세 해외펀드 대상에서 역외펀드(해외설정펀드)는 제외됐고 재간접펀드(역외펀드에 분산투자하는 국내설정펀드)는 비과세 기준가 산정 때문에 대부분 운용사에서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구조적으로 중국 펀드로 쏠릴 수밖에 없는 배경이라는 지적도 있다.
문제는 중국 증시의 단기 반등을 노리고 접근하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한 증권사 PB는 "일부 판매사에선 직원들이 중국 증시가 1년도 안 돼 반 토막이 났으니 이제 오를 일만 남았다면서 투자를 권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윳돈이 아닌 생활자금으로 투자했다가 중국 증시가 상당 기간 지지부진하거나 추가 조정에 들어가면 또 한 번 피눈물을 흘릴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중국 증시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5년 안팎 중장기로 봤을 때 반등 가능성에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지만 짧게는 올해 상반기, 길게는 2018년까지 중국 증시가 위기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장호 하나UBS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장은 "올해 중국 증시 투자 전망이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개별 국가 투자는 위험이 큰 만큼 중국에만 투자하기보다는 아시아나 이머징 지역에 분산투자해야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금융감독원은 비과세 해외펀드가 중국 등 특정 상품으로 쏠리는지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할 경우 신규 펀드 설립 허가 권한을 통해 조절해나갈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자산운용 감독의 핵심은 특정 지역이나 자산 등에 돈이 편중되는 현상을 막는 것"이라며 "비과세 해외펀드로의 쏠림이 어느 수준인지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