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23일 한국경제를 ‘그레이 스완(gray swan)’으로 진단하며 경기침체에 대해 통화정책만으로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레이 스완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지만 적지 않은 위험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을 말한다.
정 위원은 이날 한국은행 소공동 본관에서 열린 금통위원들과 출입기자단과의 오찬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내달 20일 임기가 만료되는 정 위원을 비롯한 하성근, 정해방, 문우식 위원과의 마지막 간담회다.
정 위원은 한국경제를 그레이 스완에 비유하며 “중국 금융시장, 미국의 통화정책, 국제유가 등 불확실성이 높았던 요인들이 최근에는 비교적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 금융시장은 연초와 같이 높은 변동성을 특징으로 하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다소간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하면서도 “시장에는 아직 다양한 형태의 잔불이 남아있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그레이 스완 상황은 지난 30여년에 걸친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며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위기 발생 이전 20년 동안 세계경제는 장기간 호황을 구가했으나 위기 이후 10년간 대규모 완화적 거시경제정책으로 새로운 불균형이 축적됐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은 또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전세계적 성장세 둔화, 원자재 가격하락 등을 언급하며 “주요 선진국 및 신흥국을 중심으로 거시경제적 조정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경제는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에 수요회복과 공급개선을 동시에 추진해야 잠재 성장경로 회복 등 소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견조한 성장궤도로의 재진입을 위해서는 통화정책적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다양한 수요회복 노력과 함께 생산성 향상 등 공급 측면에서의 개선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10년간 글로벌 산업지형에 관해서는 “기존 교역재 시장은 위축되고 서비스업 등 비교역재 시장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구조개혁과 규제완화 등을 통해 서비스업 및 첨단산업 육성 등 성장모멘텀 발굴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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