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의결권정보광장을 분석한 결과 이날까지 완료된 올해 주총에서 기관투자가들이 삼성전자 네이버 SK 현대글로비스 등 37개 기업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고 공시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 메트라이프생명보험 슈로더투자신탁운용 NH-CA자산운용 KTB자산운용 등이 다수 주총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했다. 특히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사외이사 선임 건에 대해 29.6%, 감사위원 선임 건에 대해 30. 7% 반대율을 보이는 등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했다.
기관투자가 반대 의견은 주로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집중됐다. 삼성전자 주총에서는 KTB운용 트러스톤운용 한화자산운용 등 3곳이 장기 연임에 따른 독립성 저해를 이유로 이인호 전 신한은행장에 대한 사외이사 재선임을 반대했다. 이 전 신한은행장은 2010년부터 삼성전자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다.
KTB운용은 송광수 전 검찰총장에 대한 사외이사 선임에도 반대했다. 송 전 총장이 현재 몸담고 있는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삼성전자와 거래관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메트라이프생명과 트러스톤운용은 네이버 주총에서 홍준표 아산병원 교수에 대한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도 반대표를 던졌다. 전년 이사회 참석률이 71%로 저조해 이사로서 충실하게 의무를 수행하지 못할 염려가 있다는 게 이유였다.
오너와 경영진 역시 기관투자가들의 반대 의결권 행사 대상이 됐다. 국민연금이 반대한 SK 최태원 회장 사내이사 선임 건에 대해 트러스톤운용과 한화운용도 반대 의사를 밝혔다. 법령상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사법적 제재를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트러스톤운용은 현대차 주총에서 한전 용지 고가 매입 관련 책임을 물어 정의선 부회장에 대한 사내이사 선임에도 반대했다.
이사 보수 한도 관련 안건들도 상당수 논란을 빚었다. 메트라이프생명과 슈로더투자신탁은 삼성생명 이사 보수 한도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사 보수 한도가 200억원으로, 1인당 28억원을 넘어 과도한 데다 이사 수가 줄었음에도 한도를 줄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KTB운용은 현대엘리베이터 주총에서 "부진한 경영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사 보수 한도를 전년 대비 46% 늘렸다"며 관련 안건에 반대를 표했다.
하지만 기관투자가들 견제 기능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큰손'인 국민연금이 반대해도 대부분 원안대로 통과되고, 대형 운용사들은 대부분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생각에 안건 대부분에 찬성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형 또는 외국계 운용사만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하지만 영향력은 극히 미
실제로 국민연금은 올해 주총에서 최태원 SK 회장에 대한 사내이사 선임과 효성 조석래 회장, 조현준 사장, 조현상 부사장 등 등기이사 재선임 등에 대해 반대했지만 안건 통과를 막지 못했다. 삼성물산 배당을 늘리는 등 일부 성과만 거뒀을 뿐이다.
[노현 기자 / 김효혜 기자 / 채종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