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삼성화재는 지난 11일 열린 주주총회를 통해 금감원 손해보험서비스국장 출신 오수상 전 국장을 감사로 선임했다. 1984년 보험감독원에 입사한 오 감사는 직전에는 생명보험협회 부회장을 지냈다.
업계에서는 금감원 손해보험 관련 국장 출신이 손해보험사 감사로 선임된 점에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보험사들이 금융당국과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관련 분야에서 그만큼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없다는 점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금융권 협회 임원직에도 전직 관료들이 다시 들어올 채비를 하고 있다. 김형돈 전 조세심판원장은 전국은행연합회 전무로 옮기기 위해 25일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퇴직 공직자 취업 승인 및 취업 제한 여부 확인 심사'를 다시 받을 예정이다. 김 전 원장은 조세심판원 행정실장, 기획재정부 조세정책관 등을 지냈다.
보험 업계 양대 협회인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에는 송재근 금융위원회 감사담당관(과장급)과 서경환 전 금감원 분쟁조정국장 내정설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협회들이 관료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 부회장직을 없앴지만 다시 전무직에 낙하산 인사가 오면 부회장직 폐지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금감원 임직원들은 과거 민간인 출신이 차지하던 금감원 내 고위직 자리도 꿰차고 있다. 최근 부원장급으로 격상된 금융소비자보호처장에 김수일 부원장이 임명된 게 대표적이다. 지금까지는 교수나 민간 금융인 출신이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을 맡았다.
금융투자 업계 등 다른 금융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정헌호 금감원 홍콩주재원 실장은 공직자윤리위의 취업심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신한금융투자 신임 감사로 선임됐다. 신한금융투자는 23일 주주총회를 열고 신임 감사에 정 실장을 선임했지만 그의 공직자 취업제한을 판단할 공직자윤리위는 25일 열린다. 취업 가능 여부가 확정되기 전 선임된 경우여서 앞뒤가 바뀐 형국이다.
2월 공직자윤리위에서 정 실장과 같은 2급인 장병용 전 저축은행감독국장(신협중앙회 검사·감독이사)과 임병순 금융중심지지원센터 실장(롯데카드 감사)은 취업심의를 통과한 뒤 각각 선임됐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정 실장에 대한 선임은 조건부 선임으로 공직자윤리위가 취업을 승인해야만 법적 효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보험사인 삼성생명은 국제금융 전문 관료인 허경욱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지난 11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통과시켰다.
재보험사인 코리안리 역시 지난 18일 주주총회를 열고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과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 등 거물급 전직 금융관료 인사 2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초대 금융위원장을 지낸 전 전 위원장은
코리안리 관계자는 "이미 현직을 떠난 지 오래됐고 금융권에 대한 전문성에서는 누구보다 앞서 있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박준형 기자 / 김효성 기자 /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