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는 수도권 인구 분산보다 충청권 인구 블랙홀이 됐다. 세종시 전체 인구는 2012년 11만5388명에서 지난달 22만3672명으로 3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3년(2013~2015년)간 대전·충남·충북에서 세종시로 5만6807명이 순유입됐다. 전입 인구가 전출 인구보다 6만명 가까이 많았다는 뜻이다. 지난해 순유입을 보인 시도 중 세종시가 전국에서 압도적인 1위다. 인구 대비 순이동자 수 비율인 순이동률을 보면 세종시는 29%로, 2.3%로 2위를 차지한 제주도를 크게 앞질렀다.
문제는 세종시 인구가 늘면서 대전·충남·충북 인구가 줄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수도권 인구 분산이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수도권 인구 유입은 많지 않고 인근 충청권 인구만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형국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다른 시도에서 세종시로 들어온 인구는 약 7만명인데, 이 중 대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36.8%로 압도적이다. 전출자까지 고려한 순유입 규모를 보면 총 5만3000여 명 중 대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만2000여 명으로 40%가 넘는다.
대전에서도 특히 세종시와 인접한 유성구 인구 유출이 심각하다. 지난해 세종시에서 유성구로 이동한 인구보다 유성구에서 세종시로 들어온 인구가 8984명 더 많다. 최근 3년 동안 유성구에서 세종시로 순유출된 인구는 1만5000명이 넘는다.
충북 청주와 충남 공주에서도 세종시로 이사 오는 사람이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해 청주에서 세종시로 전입 온 사람은 전출을 간 사람보다 6268명 많다. 공주도 세종시에서 온 사람보다 세종시로 나간 사람이 해마다 2000여 명씩 발생하고 있다.
세종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세종시 안에 직장이 없어도 세종시 새 아파트에 살면서 대전으로 출퇴근하려는 직장인이 많다"며 "도시 인프라스트럭처를 잘 갖춰 세종시 인구 유입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지 안에 초·중·고등학교가 많아 교육 여건이 좋은 것도 세종시 인구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대전 청주 공주 등 세종시로 인구가 빠져나가는 지역의 부동산 시장은 비상이다. 인구 유출이 계속되면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까 염려하는 주민이 많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세종시로 인구 유출이 심각한 대전 유성구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해 3월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유성구 아파트 값은 지난해 1년 동안 0.83% 내렸다. 공주시 아파트 값도 1.25% 떨어졌다.
전세금도 마찬가지
세종시 빨대 효과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올해는 입주 물량이 많지 않아 최근 2년보다 적을 수 있다.
[문지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