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매각전이 한국투자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2파전 구도로 흐르고 있는 가운데 매각자인 현대그룹 측이 설득력 있는 이유를 내놓지 않은 채 일정만 계속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현대증권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해마다 200억원 가까운 이익을 남겼기 때문에 매각 후에도 '거래 존속' 등 일감 몰아주기를 요구하는 게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현대증권 매각주간사 EY한영회계법인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다음달 1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애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를 29일에서 30일 오전으로 한 차례 늦춘다고 했다가 또다시 이틀 뒤로 더 미룬 것이다. 한영 관계자는 "매매계약서 문구 등을 꼼꼼히 따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공식적인 연기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한투금융, KB금융 등 인수후보 측은 "연기 배경에 대해 한마디 설명조차 못 들은 것은 물론 일정이 연기됐다는 사실 자체도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알았다"며 "이런 인수·합병(M&A) 딜은 난생 처음 본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이번 매각전이 '한투금융 vs KB금융' 2파전 구도로 흘러가며 이 같은 의구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양사가 모두 대형 금융지주로 비가격 요인에서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아 '최고가' 기준으로 쉽게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 측이 현대증권의 계열사 거래 물량을 매각 이후에도 보전해달라는 요구를 내걸며 관련 협상 과정에서 매각이 지연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한 인수후보 측 관계자는 "매각 측이 현대증권 인수 이후에도 현대증권 거래 의존도가 높은 계열사 중 일부에 대해 향후 물량 보장 조건을 내걸었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이 재무구조 악화로 현대증권을 서둘러 내다파는 만큼 다른 계열사들이 '홀로 서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해달라는 식의 요구를 해왔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증권과 계열사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