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베팅설’ 후끈 달아오른 현대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가 1일 발표된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증권 인수후보 한국투자금융, KB금융 등은 이날 가격조정폭, 계약 해제 가능 조건 등을 명시한 주식매매계약서를 최종 제출했다. 현대증권 대주주 현대그룹과 매각주간사 EY한영, 법무법인 광장 등은 이들이 제출한 주식매매계약서를 꼼꼼히 검토중이다. 매각측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일을 당초 28일에서 29일 오전으로, 그리고 다시 오는 1일로 연기한 바 있다.
현대그룹측 관계자는 “인수·합병(M&A) 계약 도중 우협대상자 선정 이후 주식매매계약서상 인수 포기 조항 등 때문에 매각이 중도에 불발될 가능성이 열려있는 것이 보편적”이라며 “이같은 중도 매각 불발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현대증권 모기업 현대상선이 현재 조건부 자율협약에 들어간 상태기 때문에 최종 매각대금 완납 등 거래 종결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증권가에서 현대증권 매각전 양상을 한투금융과 KB금융 2파전 구도로 보고 있는 가운데 ‘다크호스’ 액티스캐피탈의 막판 행보에도 이목이 쏠린다. 지난해말 대우증권 본입찰 당시에도 ‘최약체’라는 평가가 은연중에 나오던 미래에셋이 막판에 치고 나온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액티스 관계자는 “겸허히 결과를 기다릴 뿐”이라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만약 액티스가 현대증권을 가져갈 경우 업계 파장이 만만찮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규제산업인 금융산업의 속성상 대형 증권사 주인으로 PEF가 부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한 증권사 고위관계자는 “지난 2008년 리먼발 금융위기 이후 대형 금융사를 외국계 펀드가 가져가는데 대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금융당국이 우려하고 있다”며 “대형 금융사가 혹여나 잘못될 경우 해당국 금융시스템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현실을 목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융산업 발전산업 측면도 무시못할 요소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대우증권 출범으로 국내 증권업계가 한단계 도약할 기회를 맞은 상황”이라며 “이같은 상황에서 대형 증권사를 해외 자본에 넘겨주는 것은 기회를 박차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현대증권 매각자 측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지연에 대해 ‘거래 종결’ 조건 등 비가격 요소를 두고 후보자들과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증권 매각자 측의 한 관계자는 “인수 후보자들이 제출한 계약서 문구가 조금씩 다르지만, ‘진술과 보장’ 항목 중 중요 계약의 위반 사항이 생기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며 “이런 부분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가 우선협상대상자가 되더라도 이 조건을 빌미로 계약 해지나 과도한 가격 조정, 추가 손해배상을 요청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현대증권 매각이 현대그룹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만큼 거래 종결의 확실성과 현금 유입의 신속성 등 ‘비가격적 요소’를 더 꼼꼼하게 따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EY한영과 법률자문사인 법무법인 광장도 이날 자료를 내고 “비가격 요소를 정밀하게 검토하는데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며 “거래 불확실성을 제거해 거래 종결 가능성을 분명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매각자 측은 이를 위해 인수 후보자들에게 계약서 초안에 담긴 문구를 분명히 해 다시 제출해 달라는 요청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가격조정폭을 줄여 입찰가를 최대한 확정해 주는 인수 후보자에 더 유리할 것이란 분석 등이 나온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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