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입니더. 시의원·구청장·시장·대통령까지 여당인데 국회의원 야당 찍어주면 되겠심꺼? 혼자서는 일 못합니데이”(김문수 새누리당 후보)
“낙하산타고 내려온 여당 후보들 찍어줬더니 그 사람들 다 어딨지예? 제가 대구서 당선되면 당에서 말빨 좀 서겠지예? 일 좀 하게 해주이소”(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
선거는 양보 없는 전쟁이다. 떨어지면 4년을 기다려야 한다. 금전적·정신적 손해는 유력 정치인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혈투가 벌어지는 이유다.
대구 수성구갑에서는 그동안 피 튀기는 전쟁이 없었다. 이 곳은 서울 강남과 다를 바 없는 새누리당 텃밭이다. 이한구 전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이 곳에서 내리 3선을 했다.
하지만 20대 총선 결과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초반 여론조사 결과는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유리하지만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지지세 확대되는 분위기다. 결과는 투표함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31일 두 후보를 동행취재 했다.
김문수 후보는 이날 오전 7시 범어네거리에서 유세를 시작했다. 같은 시간 김부겸 후보는 1.8km 떨어진 만촌네거리에 자리를 잡았다.
범어네거리에서 만난 40대 시민 박모씨는 “행정경험이 풍부한 김문수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만촌네거리 유세 현장을 지다던 한 차량은 경적을 울리며 김부겸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4년 전과 사뭇 달라진 모습에 김부겸 후보는 고무됐다. 김 후보는 “변화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출근길 유세를 끝낸 두 후보는 범어동, 황금동, 만촌동 일대 골목 유세에 들어갔다. 김문수 후보는 등산복에 등산화 차림으로 휴대용 확성기를 들고 “여당 발복잡고 대통령 발목잡는 야당으로는 안된다”고 외쳤다.
김문수 후보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하거나 호응하는 시민들은 60대 이상 장년층이 많았다. 한 70대 시민은 “김문수 뽑아야 박근혜 대통령 성공한다”고 말했다.
김부겸 후보는 평소 신던 신발을 신고 일명 ‘벽치기유세’를 펼쳤다. 벽치기 유세는 동네 골목골목을 누비며 육성으로 호소하는 김부겸 후보 특유의 유세 방법이다. 그는 이날 골목 40여곳에서 벽치기유세를 했다. 부친 김명용씨와 부인 이유미씨도 거들었다. 막내딸도 주말 유세부터 합류할 예정이다.
두 후보는 이날 오후 4시께부터 신매시장에서 조우했다. 목요 장날을 맞아 많은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신매초등학교 네 거리 유세는 김부겸 후보부터 시작했다. 김부겸 후보는 “여기 아들을 위해 일 한 번 하게 해주이소. 이번에는 바까야겠지예”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30분 뒤 시장 안을 돌던 김문수 후보가 유세차량에 올라탔다. 김문수 후보는 “상대 후보는 일 좀 하고 싶다 카는데 일도 안해보고 하고 싶다는 말만 한다”고 쏘아 붙였다. 김문수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치켜세우며 중·장년층 향수도 자극했다.
김문수 후보는 오후 7시부터 신매동 IBK기업은행 앞 횡단보도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퇴근길 시민들에게 한 표를 호소했다. 선거운동원들도 지지자들도 장년층이 많았다. 길 건너 500m 떨어진 신매광장에는 김부겸 후보가 나타났다. 유세현장에는 20~30대가 많았다.
첫 날 두 후보 공식 선거운동은 10시께 끝났다. 두 후보는 모두지친기색이 역력했다. 김문수 후보는 “지금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는 신뢰하지 못하겠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1일 오전 7시 김문수 후보는 신매네거리에서, 김부겸 후보는 범어네거리에서 각각 출근길 시민들을 향해 한 표를 호소하며 선거운동 둘째 날을 시작했다.
[대구=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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