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국토교통부와 재건축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행정예고가 끝난 국토부의 '주택건설사업 기반시설 기부채납 운영기준' 적용 대상에는 '주택법'에 따라 민간택지에 사업계획 승인을 얻어 시행하는 주택건설사업만 들어갔다. 운영기준은 주택을 지을 때 지자체가 사업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 기부채납 비율을 해당 사업용지 면적의 8%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난해 국토부가 시행한 가이드라인의 내용과 같다. 문제는 당시 가이드라인에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도 대상으로 포함했는데 정작 법적 구속력을 갖춘 운영기준에선 사라져 버린 것이다.
국토부는 지자체가 과도한 기부채납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주택을 짓는 데 차질이 많다며 주택건설사업은 전체 사업용지의 8%, 정비사업은 9% 범위 안에서 부담 수준을 결정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작년 1월부터 운영해왔다. '가이드라인'이어서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국토부는 법 개정을 통해 강제성 부여를 추진해왔다. 가이드라인이 법적 효력을 가지려면 상위법에 관련 근거가 있어야 하는 만큼 국토부는 지난해 지자체의 가이드라인 준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의원입법 방식으로 발의했다. 이번에 나온 운영기준은 그 후속 조치인 셈이다.
문제는 민간택지에 짓는 주택사업은 주택법 소관이지만 정비사업은 '재건축법'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적용을 받는다는 것. 결국 정비사업과 관련한 기부채납 가이드라인에 법적 효력을 부여하려면 도정법을 국회에서 손질해야 하는데 현재 도정법은 개정안이 발의도 되지 않은 상태다.이런 사태가 빚어진 것은 주택 업무를 맡은 국토부 내부 부서 간 손발이 맞지 않아서다. 일반주택사업을 담당하는 주택건설공급과가 주택법 개정에 운영기준 행정예고까지 끝내는 사이에 정비사업과 도정법을 관할하는 주택정비과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이런 지적에 대해 주택정비과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이 이미 있는 만큼 현재로선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선 "가이드라인이 법적 강제력이 없어 기준 시행 후 일부 지자체에선 아직도 과도한 기부채납을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 의원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울산의 한 사업장은 전체 사업면적의 40%를 기부채납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가 지금부터 정비사업 기부채납 운영기준 제정에 나서더라도 '만시지탄'이란 지적이다. 올해 안에 시행될지 미지수라서다. 일반주택사업 기부채납 운영기준이 오는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진흥실장은 "영세한 조합원이 많은 재개발 사업에선 과도한 기부채납으로 조합원 부담이 늘어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정부가 당초 예고한 대로 정비사업 기부채납 운영기준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