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한 지 얼마 안 되는 초보입니다. 이 주식에 빌린 돈 1000만원 다 물렸네요. 제 욕심이 화를 부른 건 알겠는데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모르겠네요. 답답하네요. 저에겐 생과 사를 논할 수 있는 엄청난 돈인데, 희망이 없겠죠?”
한 주식 게시판에 상장폐지 사유 발생으로 현재 거래정지 상태인 엠제이비의 소액 주주가 올린 글이다.
중국 면세점 사업 진출, 중국 자본 투자 유치 등의 테마성 재료를 시장에 뿌리고 개미 투자자를 끌어모으다 감사의견 거절이나 사업보고서 미제출 등의 사유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상장사가 적지 않다. 감사의견 거절 등의 상장폐지 사유는 사전에 미리 예측하기가 쉽지 않지만 뚜렷한 징후가 있는 만큼 재료만 쫓는 테마주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날 현재 사업보고서 제출과 관련해 상장폐지 사유 발생으로 거래가 정지된 상장사는 엠제이비, 엔에스브이, 제이앤유글로벌, 현진소재, 용현BM 등 모두 12곳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증시의 뜨거운 테마였던 중국 자본 유치나 중국 면세점 사업 진출 등의 호재를 퍼뜨리며 주가 부양에 나섰던 곳들 중 다수가 상장폐지를 앞두고 있다. 멋 모르고 이들 기업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난데 없는 상장폐지 이야기에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곳이 엠제이비다. 이 회사는 최근까지 핀테크 사업 관련 중국 자본 유치설로 증권가의 관심을 모았던 종목이다. 지난해 12월 1일 이 회사는 중국상해성운문화전파유한공사를 대상으로 115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한다고 공시했다. 이어 이틀 뒤 중국상해성운문화전파유한공사의 모회사인 중국 P2P 전문기업인 ‘중추금융’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외견상 중국 자본을 유치해 핀테크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 증자건은 성공하지 못했다. 상해성운문화전파가 증자대금을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상증자가 실패했다는 공시가 나온 지난 2월 29일, 엠제이비는 다시 중국 국영투자기관 ISPC를 대상으로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공시했다. 이건 역시 ISPC가 주금을 납입하지 않아 실패했다.
엠제이비는 감사의견 거절로 지난 22일부터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회계법인 성지는 “지난해 9월 4일 5회차 BW 72억원을 최대주주인 골든레인에 발행했는데 납입대금이 회사에 입금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없었다” 보증금 회수, 압수수색, 중계무역 매출채권 회수, 법인 인감 관리 등 6개 근거를 들었다.
엔에스브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북경면세점사업단으로 최대주주가 바뀐다는 공시가 나오자 이 회사 주가는 사흘 연속 상한가를 치기도 했다. 이후 대주주측과 경영진이 마찰을 빚기도 했지만 지난 1월 갈등이 봉합됐고 이후 2월까지도 북경 보세 면세사업이 순항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 주주총회에서는 배우 정준호씨를 이사로 선임하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엔에스브이도 지난달 22일 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 거절을 받고 현재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삼일회계법인은 “법인인감 등의 사용과 관련한 적절한 내부통제제도를 갖추고 있지 않아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전반적 신뢰성에 심각한 훼손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제이앤유글로벌은 지난해 11월 원기산삼에 인수된 지 단 4개월 만에 상장폐지 상황에 내몰렸다. 이 회사는 거래정지를 당하기 불과 일주일 전 상한가를 찍은 적이 있다. 그날 제이앤유글로벌은 심천덕협보세와 중국 보세 면세사업권 독점공급계약 체결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회사의 대주주 원기산삼은 이같은 내용이 시장에 알려진 지 이틀 뒤인 지난달 17일 지분 21억5000만원 어치를 장내 매도해 현금화했다. 이어 불과 3거래일 뒤인 지난 22일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현재까지 거래가 되지 않고 있다.
현진소재와 용현BM도 현재 거래정지 중이다. 두 회사는 사업보고서는 물론 감사보고서도 제출하지 못한 상황이다. 오는 11일까지 두 회사가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된다. 현진소재는 지난해 말까지 용현BM의 최대주주였다. 대규모 적자로 상장폐지 가능성이 컸던 용현BM은 지난해 12월 16일 중국계 모바일 게임사 룽투코리아와 국내 사모펀드 LK파트너스를 상대로 유상증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이 공시가 나간 이후 용현BM 주가는 보름여 동안 4000원대에서 2만원대까지 5배 가량 급등했다. 같은 기간 현진소재도 주가가 2배 가량 뛰었다.
룽투코리아는 모바일 게임 ‘도탑전기’로 유명한 룽투게임즈의 한국 지사로 지난해 아이넷스쿨을 인수해 증시에 데뷔했다. 룽투게임즈는 인수 발표 이후 주가가 10배 가량 급등한 바 있다. 이미 국내 증시에 들어온 룽투코리아가 사실상 한계기업이었던 용현BM에 400억원을 투자한 데 대해 의문도 적지 않았다. 용현BM은 강관제품 금속단조제품 제조업체로 모바일 게임쪽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결과적으로 용현BM, 현진소재의 주주들은 제2의 룽투코리아를 꿈꿨지만 감사의견 비적정설에 이은 사업보고서 미제출로 인해 주식이 휴지조각이 될 처지에 몰렸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회계감사 과정에서 어느 정도 조율이 있기 때문에 감사의견이 ‘한정’도 아닌 ‘의견 거절’로 나왔다면, 갈 데까지 간 회사일
[디지털뉴스국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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