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품 분석 / 삼성아세안펀드 ◆
삼성자산운용의 '삼성아세안펀드'는 아시아 주요 6~7개국에 분산투자하는 전형적인 액티브 펀드다.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홍콩 등을 대상으로 하며, 특정 국가 비중이 전체 자산의 3분의 1을 넘지 않는다. 보텀업(Bottom-Up·개별기업 가치 분석) 방식으로 종목을 선정하고 벤치마크인 MSCI 동남아시아 지수에 포함되지 않은 종목을 발굴해 초과수익을 추구한다. 포트폴리오에는 평균 120개 이상 종목을 담는다.
이 펀드는 투자 대상을 특정 국가에 한정하지 않는 만큼 매니저의 역량이 더욱 중요하다. 투자 범위가 넓으면 좋은 종목을 발굴할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반대로 다양한 종목을 선택하고 보유 기간을 정하는 데 있어 매니저의 판단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떨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펀드의 연간 종목 매매 회전율은 250%로 비슷한 유형의 펀드들에 비해 높다. 한 종목을 보유하는 기간도 평균 4~5개월에 불과할 정도로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매니저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출시 10년째를 맞은 삼성아세안펀드(2007년 4월 설정 이후 수익률 179%)는 그동안 시장을 이기는 펀드로 자리매김해왔다. 지난 1년과 3년 수익률은 각각 0.97%와 4.96%로 최근 2년간 이 지역 증시가 하락장이었음을 감안하면 안정적인 성과다. 외부 환경 요인에 따른 변동성보다는 철저하게 경제성장률과 기업 분석에만 집중한 매니저의 운용 철학이 안정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1997년부터 아세안 국가 종목만 분석해 온 앨런 리처드슨 삼성아세안펀드 매니저는 "지난 2년간 아세안 지역은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외국인 자금이 대규모 이탈했다"며 "그동안 이 펀드가 투자하는 국가들의 경제성장률(GDP)과 기업 실적은 연평균 4~5%대를 지속했음에도 외부 환경 요인에 의해 밸류에이션이 크게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세안 증시가 연초 저점을 찍은 후 대세적인 상승 국면을 맞이했다고 평가했다. 리처드슨 매니저는 "아세안 증시는 2단계 국면으로 상승세가 나타날 것"이라며 "올해는 외부 환경 개선에 따른 저평가 해소 국면이, 내년에는 본격적인 기업 성장에 따른 증시 상승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말 기준 펀드의 지역별 투자 비중은 태국이 24.5%로 가장 높고 싱가포르(23.6%)와 인도네시아(20.1%) 등이 뒤를 잇는다. 업종별로는 소비재와 금융이 각각 20% 이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향후에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의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는 낮은 물가상승률과 높은 국채 금리(8%)로 인해 외국인 자금이 몰리고 있으며, 베트남 역시 인건비가 낮다는 강점으로 인해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가 늘어나면서 6개 분기 연속 6%대 이상의 GDP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은행 수익성 정체와 부실채권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비중을 축소할 예정
리처드슨 매니저는 "아세안 국가들은 중남미·러시아 국가들처럼 특정 자원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지 않고 견조한 성장세를 나타낸다"며 "향후 2~3년간은 상승장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장기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 펀드 설정액은 약 340억원(클래스 합계)이다.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