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식에 투자하려면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야할 겁니다”
홍콩에서 만난 시장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차이나 베어마켓(중국 약세장)’을 점치며 조심스러운 투자가 필요한 때라는 데 입을 모았다. 중국 경제가 구조개혁을 통한 중속성장을 지향하는‘신창타이(뉴노멀)’에 진입한 이상 주식·부동산·채권 등 어떤 종류의 자산이라도 안전할 게 없다는 분석이다.
지난 6일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인베스트먼트포럼에 참석한 크레디트스위스(CS)의 빈센트 챈 중국 리서치 헤드는 “산업계 전반의 과잉공급으로 인한 중국 정부의 과다 부채 문제는 당장 몇개월만에 해소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구조개혁이 진행되는 동안은 거시경제 뿐만 아니라 중국 주식 시장에 대해서도 비중축소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이 차이나 베어마켓을 점치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위안화 약세와 함께 나타난 자본유출과 부동산 가격하락, 그리고 부채조정으로 인한 투자부진 탓이다.
중국 위안화는 지난 6일 기준 달러당 6.47위안선을 기록하고 있지만 중국 경기둔화·달러 강세·중국 기업들의 외화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중국 정부도 환율 방어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통화약세는 자본유출을 촉발하게 되고 투자자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게 된다는 얘기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첸 리 중국 A주 담당 스트래터지스트는 “올 연말 위안화 가치는 현재보다 5% 정도 떨어져 달러당 6.78위안 수준을 내다보고 있다”며 “중국기업들이 외화채권을 상환하기 위해 위안화 매도·달러 매수를 크게 늘리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자본유출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유럽 미국 일본 등 각국 중앙은행이 지난 3월부터 경기부양 발언을 쏟아놓으면서 중국 본토 증시(A주)도 다소 안정을 되찾았으나 약발이 한두달에 불과할 것”이라며 “중국 A주의 MSCI신흥지수 편입·선강퉁(선전과 홍콩증시간 교차매매 제도) 등이 호재로 기대되지만 장기적인 하락세를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밝혔다. 중국 A주가 MSCI신흥지수에 편입된다해도 현재 4%에 불과한 외국인 보유비중이 크게 늘어나기 어렵고, 중국 현지 개인 투자자들조차 증시를 떠나는 기류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와중에 집값 하락이 심화되면서 채무재조정과 소비둔화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홍콩은 이미 지난해 3분기 고점대비 집값이 10%이상 떨어진 상태다.
중국 경제의 최대 비관론자로 꼽히는 마이클 페티스 북경대 교수는 “중국 정부의 성장률 목표치 6.5%는 과도한 수치이고 채무재조정 상황을 냉정하게 보면 3% 성장도 어렵다”며 “올초 중국 증시가 급락한 적이 있지만 향후 중국 증시 변동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중국 정부가 산업재 과잉투자,금융권 채무재조정,집값 급락 문제 등을 동시에 해결하는 동안 금융주(70%) 에너지(12%)부동산·건설(6%)주 등으로 주로 구성된 홍콩H지수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욱 염려되는 것은 중국 경기 하강이 우리나라에 직격탄이 될수 있다는 점이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입장에서 중국의 거시경제 하강보다 더 큰 악재는 구조적 변화”라며 “중국이 최근 중화학공업에서 서비스 등 내수업종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빠른 산업 구조 재편과 함께 통화·재정·환율 등 거시확장책을 동시에 진행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제에서 완전히 도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도 “중국은 외채의존형 경제가 아니기 때문에 채무재조정 과정에서 1990년 아시아 외환위기 같은 국가 디폴트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하지만 중국의 산업구조 재편이 한국 경제엔 더 무서운 것”
[홍콩 =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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