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
연초 전세시장이 예년에 비해 안정세를 보이면서 전국의 주택 전셋값 오름폭이 글로벌 경제위기가 찾아온 2009년 이후 7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서울의 경우 1분기 주택 전월세 거래량도 작년보다 감소했습니다.
지난 2월 수도권 가계부채 관리방안 시행으로 주택 구매수요가 감소하면서 전세 시장이 불안해질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뒤엎는 결과입니다.
10일 한국감정원 월간 주택가격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주택 전셋값은 0.35% 올라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7%에 비해 오름폭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이 수치는 미국발 글로벌 경제위기로 전 세계 경기가 휘청했던 2009년(-1.16%) 이후 1분기 변동률로는 가장 낮은 것입니다.
통상 2∼3월은 설 연휴가 지나고 3∼5월 봄 이사 수요가 미리 전셋집 마련에 나서면서 가격이 오르는 게 보통이지만 올해는 일부 국지적인 전세난을 제외하고는 상대적으로 안정세입니다.
제2 신공항 건설과 외국인 투자 등 호재 있는 제주도가 1.56%로 가장 많이 올랐고 세종시가 0.73%, 경기도 0.50%, 서울이 0.49% 각각 상승했습니다. 반면 대구(-0.37%), 충남(-0.18%), 전남(-0.12%) 등지는 전셋값이 하락했습니다.
유형별로는 아파트가 0.49% 올랐습니다. 이는 지난해(1.50%)의 3분의 1에도 못미치고 2009년(-1.40%) 이후 최저 상승률입니다.
서울과 경기, 인천의 아파트 전셋값이 각각 0.74%, 0.70%, 0.62% 올랐지만 지난해(서울 1.98%, 경기 2.27%, 인천 1.76%)에 비하면 크게 낮았습니다.
지방에서도 제주도(2.06%)와 세종시(1.10%)·부산(0.89%)을 제외하고는 큰 폭의 상승은 없었습니다.
특히 대구는 최근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증가하면서 1분기 -0.54%로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연립주택과 단독주택 전셋값은 각각 0.20%, 0.13% 상승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오름폭(0.65%, 0.24%)의 절반 수준입니다.
전문가들은 올해 1분기 매매 거래가 작년에 비해 크게 감소한 상황에서 전월세 시장도 안정을 보인 것에 대해 다소 의외라는 반응입니다.
지난해까지도 2월 여신심사 강화 방안 시행과 매매 거래 감소로 전월세 수요가 증가해 전세난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실제로는 이런 예측이 빗나갔습니다.
전세시장이 '예상보다' 안정된 것은 재계약·월세·입주물량이 작년보다 늘어난 '삼다(三多) 효과'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최근 지속적으로 전셋값이 오르면서 이사 비용을 들이기보다 살던 집에 계속 눌러 살면서 전세 보증금을 올려주거나 인상분 만큼 월세로 전환해 재계약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강남 대치동의 S공인 중개사무소 대표는 "이사비용과 복비 등을 고려하면 이사는 할수록 손해라는 생각들을 많이 한다"며 "기존 세입자와 전세든, 월세든 재계약을 하는 경우에는 집주인들이 시세보다 금액을 낮춰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전세 물건은 없고 가격은 비싸다보니 월세로 돌아서는 세입자들이 증가하면서 순수 전세 주택의 가격 인상폭이 예년에 비해 둔화된 영향도 있습니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1분기 전체 전월세 거래량은 총 11만3천785건으로 지난해 동기(12만1천219건)에 비해 6.13% 감소했지만, 전체 월세 거래 건수는 작년 4만7천838건에서 올해 5만2천549건으로 9.8% 증가했습니다.
이에 따라 전체 월세 비중도 작년 1분기 39.5%에서 올해 1분기 46.2%로 6.7%포인트 커졌습니다.
국토교통부 집계에서도 올해 2월까지 전국의 전월세 거래량 가운데 월세비중은 46.4%를 기록해 작년보다 3.6%포인트 높아졌습니다.
올해 1분기 입주 아파트 물량이 약 6만가구로 지방을 중심으로 작년 1분기에 비해 5.8%가량 늘어난데 비해 연초 재건축 이주 수요는 작년보다 감소한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대구의 경우 달성군 등을 중심으로 새 아파트 입주가 증가하면서 전세는 물론 매매가격도 계속해서 하락하고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통상 2년 단위인 임대차 계약이 홀수해에 많이 이뤄져 전셋값이 오르고, 짝수해에는 덜 오르는 '홀수해' 법칙도 뚜렷해진 모양새입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봄 전세시장은 아직 봄 신혼부부 수요가 남아 있어서 안심할 수는 없다"면서 "다만 올해 전반적으로 작년보다 입주물량이 늘고 월세 전환이 늘고 있어서 지난해 수준의 전세난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