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기 위기에 몰린 상장사들이 잔류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 반면 자진해서 비상장사로 돌아가겠다는 기업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상장을 유지할 실익이 없다는 이유인데 상장폐지로 인한 소액 주주들과의 갈등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경남에너지는 거래소로부터 자진 상장폐지 승인을 받고 오는 14일 상장폐지를 확정할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경남에너지는 지난 2014년 2월과 지난해 5월 주식 공개매수에 나서 최근 자진 상장폐지가 가능한 대주주 지분율 95%를 넘겼다. 지난 1994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해 도시가스사업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했지만 22년만에 비상장회사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경남에너지는 정리매매 기간 중 남은 지분 4.96%를 주당 1만200원에 매수한다는 계획이다. 매입액은 최대 209억원으로 지난해 당기순이익 225억원에 육박한다.
경남에너지 관계자는 “여러 해에 걸쳐 주식을 매입해 상장폐지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일이 아니다”며 “상장은 저리에 자금 조달하는 게 주된 목적인데 현재 우리 업계는 안정화돼 자금 조달 능력이 더 이상 경쟁력이 아닌 상황으로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자진 상장폐지에 나섰다가 실패한 바 있는 도레이케미칼과 동일제지도 내부적으로 상장폐지 재추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소액주주들의 반대로 95% 지분을 확보하지 못했다.
동일제지는 지난해 7월 최대주주가 사모펀드 아이엠엠프라이빗에쿼티(IMM PE)의 관계사인 트리니티원로 변경되면서 상장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같은해 9월 주당 3600원에 공개매수에 나섰지만 BPS(주당순자산)에도 미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92.69%의 지분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도레이케미칼(前 웅진케미칼)은 지난 2014년 일본화학그룹 도레이의 계열사 도레이첨단소재가 인수하면서 상장폐지를 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힌 곳이다. 하지만 지난해 3월과 5월 자진 상장폐지 조건을 맞추기 위해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으나 실패했다.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현금이 풍족해 상장의 주목적인 자금 조달 필요성이 높지 않다. 또 공시에 대한 부담 해소, 경영권 독립에 따른 빠른 의사결정 등이 비상장사 전환에 대한 요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자진 상장폐지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액주주들과의 갈등이다. 상장폐지를 고려하는 기업의 주가는 대부분 저평가 상태이고 상장사가 제시하는 공개매수 가격도 소액주주가 생각하는 기업가치보다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개매수가격이 낮다고 생각해도 비상장사의 주주가 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해 소액주주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보유 주식을 내놓게 된다는 설명이다. 소액주주들이 자진 상장폐지에 반대하더라도 최대주주가 점진적으로 지분율을 확대하면 상장폐지 요건인 주식분산요건미달, 거래량미달상황 등의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진 상장폐지로 인해 주주들이 비상장사의 주주가 된다는 게 나쁜
이어 “문제는 우리나라 비상장사의 장외 주식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아 주식 환금성이 낮다는 것”이라며 “장내 시장 대비 불합리한 세금제도도 걸림돌”이라고 분석했다.
[디지털뉴스국 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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