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으로 유가증권과 코스닥시장의 신용융자 잔액은 총 7조510억원을 기록했다. 신용융자 잔액이 7조원을 넘은 것은 작년 8월 24일(7조319억원)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올해 신용융자 잔액이 제일 적었던 2월 19일(6조2740억원)과 비교하면 두 달여 만에 7770억원(12.4%)이나 늘어난 것이다.
대개 개인 투자자들은 상승장을 예상할 때 신용융자를 늘린다. 실제 올해 신용융자가 늘어나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2월 12일 코스피가 연중 최저점인 1817.97을 찍고 반등하기 시작한 시점과 겹친다.
연중 최저점이었던 2월 19일 이후 신용융자 잔액이 12.4% 늘어나는 동안 코스피는 2.9% 올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초 중국 쇼크로 주가지수가 큰 폭 하락하자 상승장을 기대한 개미투자자들이 과감하게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 반짝 2000선을 회복했던 코스피는 다시 조정 국면에 들어간 상태다. 코스닥도 700선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계속해서 신용융자가 늘어나면 향후 주가가 하락했을 때 증권사의 반대매매가 발생해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분간 조정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보기 때문에 큰 손실이 염려되진 않는다"면서도 "올해 하반기에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합하는 상승장이 오려면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분명한 시그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에도 4월 15일 신용융자 잔액이 7조원을 돌파한 후 7월 27일 8조원을 넘겨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같은 기간 코스피는 오히려 3.8% 하락했다.
종목별로도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지난 2월 19일 이후 신용융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종목의 주가 등락률을 살펴보니 상위 10개 종목 중 주가가 상승한 종목은 절반에 불과했다. 개미들이 기대하는 대로 개별 종목 주가가 일제히 오르지만은 않았다는 얘기다.
지난 두 달여 동안 신용융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종목은 셀트리온(286억원)으로 주가가 8.72% 상승했는데, 램시마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호재가 크게 작용했다. 반면 신용융자 증가액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삼성물산(-9.47%), CJ E&M(-16.64%), 삼성SDS(-20.78%), 한화케미칼(-9.8%) 등은 오히려 크게 하락했다.
이창목 센터장은 "개별 종목별로 주가가 많이 빠지면서 저가 매수 차원에서 신용융자를 받는 투자자들도 있을 것"이라며 "작년에는 개별 종목이 시장을 이끌어갔는데 올해는 대형주들의 성적도 시원찮아
한편 12일 코스피는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전일보다 0.56% 오른 1981.32에 마감했다. 코스피가 1980선을 넘은 것은 이달 들어 처음이다. 이날 개인과 기관 모두 매도세를 보였지만, 외국인들이 1200억원어치를 사들이면서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