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매일경제가 금융정보 분석 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1849개사를 전수조사한 결과 전체 상장사의 사내유보금은 2014년 1125조원에서 1229조원으로 104조원(9.2%)증가했다.
사내유보금은 벌어들인 이익 중 종업원 임금이나 배당, 세금 등 외부로 지출하지 않고 기업 내부에 남겨 놓은 잉여금을 의미한다. 현 정부가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주범으로 기업의 막대한 사내유보금을 꼽고 기업소득환류세제를 통해 배당이나 임금 등 사외 지출을 촉진하고자 했지만 기업이 사내에 쌓아두는 잉여금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불어난 것이다.
사내유보금이 증가함에 따라 유보율은 2014년 1036%에서 지난해 1100%로 64%포인트 증가했다. 자본금의 11배만큼을 잉여금으로 쌓아두고 있다는 의미다.
유보율은 기업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량을 측정하는 지표로 쓰인다. 일반적으로 부채 비율이 낮을수록, 유보 비율이 높을수록 기업의 안전성이 높다고 할 수 있으나, 유보율만 가지고 단정적으로 좋다 나쁘다를 평가할 수는 없다.
종업원 임금과 배당금 지급을 늘려 기업의 유보율이 낮아질 수도 있고, 경기가 어려울 때는 현금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유보율이 올라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선 불확실성 속에서 잉여금을 쌓아두는 것이 안전하겠지만 경제 전체적으로 볼 때 지나치게 많은 잉여금은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사내유보금 증가는 특정 기업들에 집중됐다. 2014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용지를 현대차그룹에 매각한 한국전력의 사내유보금이 50조원에서 63조원으로 26% 증가했고, 지난해 제일모직과 합병한 삼성물산의 사내유보금도 6조원에서 18조원으로 200% 급증했다. 삼성전자는 170조원에서 185조원으로 8.8%, SK하이닉스는 14조원에서 19조원으로 35.7% 증가했다.
하지만 업황이 최악이었던 조선업과 중공업의 사내유보금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최근 해양 플랜트 부실을 뒤늦게 대규모 손실로 처리한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의 사내유보금은 각각 2조8449억원, 1조8712억원, 1조3001억원 줄었다. 사내유보금 증감에 있어서 심한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체 사내유보금이 9%가량 늘었지만 사내유보금 증가액 대부분이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 합계는 118조원에서 136조원으로 14.9% 늘었다. 법인세 부담액은 각종 세액 감면이 지난해부터 없어지면서 27조원에서 36조원으로 33% 증가했고. 배당금은 총 17조원에서 21조원으로 24% 늘었다. 하지만 기업의 설비·기술 투자를 나타내는 유·무형 자산 순취득액은 2014년 139조원에서 2015년 140조원으로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소득환류세제가 배당을 크게 늘리는 데에는 성공적이었지만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효과는 별로 거두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기업소득환류세제는 기업 소득을 가계와 사회로 환류시켜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려는 목적으로 당기소득 중 투자, 임금 증가, 배당에 사용하지 않은 금액에 과세하는 제도다. 2015년 결산부터 적용되기 시작해 2017년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기업들이 투자를 주저하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인 공급 과잉 탓"이라며 "신성장동력 산업에 대한 기업의 과감한 투자를 이끌어내려면 투자 확대에 대한 세액 감면, 기
■ <용어 설명>
▷ 사내유보금 : 기업 순자산에서 자본금을 뺀 값이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에서 배당 등을 지급하고 남은 이익잉여금과 액면가를 초과하는 주식 발행(유상증자) 등에서 발생하는 자본잉여금으로 나뉜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