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이체뿐 아니라 아파트관리비나 휴대전화요금 자동이체, 신용카드 이용실적 등 금리인하를 이유로 온갖 거래조건을 요구하는 주거래은행의 금리(연 2.9%대)보다 우리은행 온라인 대출상품인 아이터치아파트론의 금리(2.55%)가 0.4%포인트가량 낮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체크카드 위주로 생활하는데 신용카드를 개설해야 하고 주택구입으로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청약저축까지 가입하면서까지 주거래은행과 계속 거래를 하는 것보다 아무 부대조건 없이 같은 금리를 적용해주는 상품을 선택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경기도 남양주 소재 2억원대 아파트를 구입하기로 한 김모 씨(67)도 주거래은행 대신 주택금융공사의 디딤돌대출로 대출을 받기로 했다. 김 씨는 “경제활동이 단순해서 시중은행의 여러 가입요구에 응할 이유가 없고 올해부터 디딤돌대출도 2000만원의 방 공제 없이 집값의 70%까지 가능하다고 해 아무 조건없는 디딤돌 대출을 받기로 했다”고 했다.
이른바 ‘꺾기’ 수준의 각종 거래실적과 무관하게 저렴한 대출금리를 적용하는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주거래 고객 확보 차원에서 대다수 은행들은 급여이체와 신용카드 실적,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 심지어는 적금 가입 여부에 따라 우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거래실적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금리(고정금리·비거치 분할상환 기준)가 연 2.94%에서 3.54%로 0.6%포인트가량 차이가 난다. KEB하나은행은 거래실적에 따른 차이가 1.5%포인트(2.925%~4.425%)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이 은행은 최근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는 하나M뱅크 이용여부와 원큐뱅크 실적까지 우대금리 항목에 포함시키고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 아이터치아파트론과 디딤돌대출 등 정책금융상품은 이같은 거래실적 조건과 무관하게 저렴한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 아이터치아파트론의 경우 14일 현재 최저금리와 최고금리가 연 2.55%로 동일하다. 이 은행의 오프라인 상품 금리는 물론이고 KB국민은행(2.85%) 등 비교적 금리가 저렴한 편인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최저치보다 금리가 낮다.
우리은행 신용카드 사용여부는 물론이고 급여이체 여부와도 무관하다. 이처럼 금리가 낮은 이유는 영업점 인력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거래은행 여부와 무관하게 상품을 찾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이 상품 취급잔액은 지난해 10월말 1981억원에서 지난달말 2287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의 디딤돌대출, 하나은행과 주택금융공사가 함께 선보이는 온라인 전용 대출상품인 ‘아낌e 보금자리론’ 등도 거래실적과 무관하게 같은 금리를 제공한다. 30년 만기 분할상환 대출 방식의 디딤돌대출의 경우 연 2.7%의 금리(생애최초·청약저축 3년이상 납입 기준)가 적용된다.
정책금융기관의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경우 많게는 3400만원에 달하는 방공제(소액임차보증금) 때문에 대출가능금액이 적어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지난해말부터 이 방공제 금액에 대한 모기지신용보증이 가능해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말부터 디딤돌대출도 집값의 70% 한도(매매가 3억원 이하 기준)까지 대출이 가능해지면서 거래조건과 무관한 디딤돌 대출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신용등급에 따라 금리에 차등을 두고 있지 않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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