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이 '도하 쇼크'를 즉각 반영해 고객들에게 긴급 자산 배분 변경 의견을 냈다. 전날 산유량 동결 합의에 실패한 카타르 도하 회의 결과를 위험자산에 대한 전반적인 비중 축소 의미로 해석한 것이다.
18일 삼성증권 자산배분위원회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에 대해 기존 '중립'이었던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하고 위험자산 주식에 대해서는 반대로 하향 조정했다. 채권 중에서도 특히 미국 채권을 추천하고 신흥국 채권은 비중축소를 권고했다.
특히 원자재 자산군에서는 원유를 팔고 금을 사야 한다고 추천했다. 국제 유가는 이미 지난 2월 이후 50% 이상 급등한 데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금에 대한 수요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의 허진욱 팀장은 "지난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자산 배분 관점에서 위험자산 비중 확대를 추천해 왔으나 지난주 G20 회의와 도하 산유국 회의 결과 등을 종합해볼 때 지금은 위험자산을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할 시점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매월 1일 주식 채권 유동성 원자재 등 4개 자산군에 대해 5단계로 나눠 자산배분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주식의 경우 미국 유로존 일본 중국 한국 등에 각각 비중을 확대 또는 축소해야 하는지, 한다면 강도는 얼마나 센지 등을 알려주는 것이다.
18일 코스피는 산유국의 합의 불발에 따른 국제 유가 폭락과 올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경계감에 장중 2000선을 내줬으나 장이 열린 직후부터 꾸준히 코스피 주식을 사모은 외국인 덕분에 소폭 하락에 그쳤다. 지난주 중국의 수출 지표 호조세 등으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주말에 벌어진 글로벌 이벤트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오전 한때 코스피는 직전 거래일보다 16.22포인트 내린 1998.49를 나타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와 2위 산유국이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리더인 사우디아라비아 등 전 세계 원유의 절반을 생산하는 18개국은 17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회의를 열어 산유량 동결을 놓고 격론을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 영향으로 원유 과잉공급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며 국제 유가는 장중 6% 넘게 폭락했다. 여기에 본격적인 1분기 실적 발표 기간을 앞두고 투자자의 경계 심리와 차익 실현 심리도 강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국내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413억원어치를 내다팔았다.
하지만 오후 들어 외국인의 적극적인 순매수에 힘입어 낙폭을 줄인 끝에 전날보다 5.61포인트(0.28%) 하락한 2009.10으로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은 20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산유량 동결이 실패로 돌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은 이미 투자자들이 어느 정도 염두에 뒀던 내용"이라며 "계절적으로 2분기는 원유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이기 때문에 국제 유가가 30달러대 중반 밑으로 내려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유국의 산유량 동결 합의 무산 소식에 정유주는 오전 한때 일제히 2% 가까이 하락했으나 오후 들어 반등에 성공했다. 에쓰오일과 GS는 직전 거래일보다 각각 0.99%와 0.35% 올랐고, SK이노베이션도 보합으로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올 들어 30~40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어 30달러 밑으로 내려가거나 45달러 위로 올라가지 않는 이상 정유주 주가가 유가 움직임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
손재현 미래에셋대우증권 연구원은 "주요 산유국들 사이에 산유량 동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합의문 초안이 마련된 만큼 동결 협상은 지속될 것"이라며 "동결 합의 실패가 곧 증산 경쟁은 아니어서 국제 유가 하락이 일단 35달러 선에서 멈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예경 기자 /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