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제과는 30여 년간 승승장구하면서 탄탄한 회사로 발돋움했지만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그룹 차원의 무리한 사업 확장이 화근이었다. 1997년 부도를 내고 2001년 UBS컨소시엄에 제과 부문만 매각한 후 청산됐다. UBS컨소시엄이 새로 설립한 현 해태제과식품은 2005년 크라운제과에 인수됐다. 영욕의 세월을 보낸 해태제과가 다음달 11일 재상장한다. 성공적인 인수와 허니버터칩 대박에 힘입어 '부활의 축포'를 울리게 된 것이다.
전남 해남 출신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은 2005년 인수 직후 "나는 점령군이 아니다"며 "제과 명가 해태 혼을 살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해태제과 직원들의 마음을 얻었다.
윤 회장은 인수 초창기 해태와 크라운의 이질감 극복을 위해 두 회사 임직원들을 이끌고 매주 산에 올랐다. 함께 땀을 흘리고 성취감을 느끼면서 두 조직의 화학적 결합을 유도했다. 매주 수요일에는 타워호텔(현 반얀트리호텔)에 두 회사 간부급 직원을 모두 모아놓고 '모닝아카데미'를 열어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 신정훈 대표 |
윤 회장 사위인 신정훈 대표는 해태제과에 '창조적 DNA'를 입히는 역할을 했다. 그는 외국 출장을 갈 때마다 과자를 직접 사와 마케팅·연구소 직원들과 함께 먹어보며 맛을 연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은 임직원들도 출장 때 현지 과자를 사오는 게 관행처럼 굳어졌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신 대표가 풍부한 독서와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트렌드에 밝았기 때문에 해태도 젊은 조직으로 점차 변해갔다"고 말했다.
트렌드에 민감한 문화는 시장 판도를 단박에 바꿀 수 있는 혁신 제품 생산으로 이어졌다. 그 대표 상품이 2014년 8월 출시한 '허니버터칩'이다. 신 대표는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역발상이 허니버터칩 성공의 요체"라고 말한다. 허니버터칩이 등장하기 전만 해도 감자칩 시장에서는 짠맛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감자칩에 벌꿀 단맛을 가미한 새로운 형태 허니버터칩은 감자칩 시
해태제과는 다음주 중 공모가를 최종 확정할 방침이며 오는 27~28일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전지현 기자 / 서진우 기자 / 송광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