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한진해운 회사채 투자자들 '3조원대 손실폭탄' 우려
↑ 사진=연합뉴스 |
국내 양대 해운사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채권단 자율협약에 따른 구조조정에 잇따라 돌입하기로 하면서 두 회사 채권 투자자들의 큰 손실이 불가피해졌습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국내와 해외 투자자를 상대로 팔아넘긴 사채 규모는 3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업계에선 금융당국이 부실기업의 무리한 자금 조달을 방치하고 구조조정의 고삐를 늦춰 투자자 피해를 초래했다는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또 현대·한진 그룹 오너가 어떤 식으로든 부실 경영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투자자들 '3조원대 손실' 위험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사채권자들이 보유한 사채잔액(회사채 신속인수제·영구채 포함)은 모두 3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현대상선은 공모채와 회사채 신속인수제 차환 발행액이 각각 8천40억원과 7천억원 수준입니다.
한진해운 역시 공모채로 4천500억원과 회사채 신속인수제로 8천억원어치를 발행했습니다.
선순위채권으로 사모 발행된 영구채와 해외사채 등에 투자한 국내외 투자자들도 손실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현대상선은 2012년 200억원의 영구채와 2013년 1천300억원의 해외 교환사채를 발행했습니다.
한진해운도 2014년 12월 1천960억원의 교환사채와 2천250만 달러의 해외변동금리부 사채를 팔았습니다.
올해 2월에는 2천200억원의 영구채를 매각했습니다.
이들 비협약 채권은 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시중은행, 보험, 자산운용사(펀드), 개인투자자, 해외 기관 등이 들고 있습니다.
당장 올해 만기 대상인 현대상선 3천600억원과 한진해운 2천210억원의 사채가 채무 재조정을 받을 처지에 놓였습니다.
채권단과 투자자들은 이르면 내달 말과 6월 초 열릴 예정인 사채권자 집회 때 공모 사채에 한해 채무 재조정을 협상합니다.
현재 현대상선 공모 사채는 신용협동조합과 농협 단위조합 등 제2금융권 기관이 절반 이상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는 개인 투자자들이 갖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자율협약을 신청한 한진해운 역시 현대상선과 비슷한 절차를 밟습니다.
채권단은 내달 말부터 6월 사이에 열릴 집회에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채권 만기연장 등을 설득할 가능성이 큽니다.
금융업계 안팎에선 그동안 자구계획으로 자산 대부분을 처분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가면 변제율이 0%에 가까워 투자자들은 한 푼도 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현대상선은 당장 다음 달 초 용선료 협상에서 실패하면 6월 초로 예정된 사채권자 집회 자체가 무산되고 법정관리가 불가피합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단이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입장을 고려해 강도가 낮은 자율협약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정작 채권은행이 보유한 채권 규모는 크지 않다"며 "양대 해운사의 구조조정으로 일반 사채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손실을 보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 오너 일가 도덕적 해이·불완전판매 논란 재연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구조조정 지연으로 국민 혈세가 낭비되고 일반 투자자의 손실이 커지게 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내 기관투자가 중에선 신용보증기금이 양대 해운사 회사채 신속인수제의 절반 이상을 보유해 손실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부실기업의 회사채 차환을 지원해 주는 제도로 정부가 해운사를 돕기 위해 2013년 한시적으로 도입했습니다.
산업은행이 만기 도래한 회사채의 80%를 총액 인수하고서 다시 신용보증기금, 채권단, 회사채안정화펀드가 각각 60%, 30%, 10%를 인수하는 구조입니다
회사채 신속인수제 지원 규모는 현대상선 7천억원과 한진해운 8천억원 수준입니다.
신보는 이들 물량 중 9천억원어치를 보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보와 산업은행이 인수한 회사채 손실액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워지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좀비기업의 늑장 구조조정으로 애꿎은 일반 투자자들만 손실을 보게 됐습니다.
금융권에선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수년째 적자를 내는 등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자들에게 무리하게 회사채를 팔았다는 이유로 이들 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증권사의 불완전판매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회사채·기업어음(CP) 피해 규모가 1조원을 웃돈 동양사태가 터진 지 3년도 안 된 만큼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불거질 전망입니다.
동양 사태로 개인 투자자들의 소송이 빗발쳐 금융감독원이 분쟁조정에 나섰고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은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았습니다.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친 책임으로 형사처벌을 받았습니다.
이번에도 해당 기업 오너와 대주주들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 문제가 도마에 오를 전망입니다.
한진해운 전 회장으로 특수관계자이던 최은영
이를 두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손실회피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금융감독원은 최 회장 일가의 지분 처분 시점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처분 경위와 주가 변동 내용 등을 따져보기로 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