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잠잠하던 강남권 경매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재건축 메카’ 강남·서초가 ‘3.3㎡당 분양가 4000만원 시대로 접어든데다 개포 ‘래미안 블레스티지’(옛 개포주공2단지)까지 흥행에 성공하자 이 일대 일부 단지 경매 물건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의 비율)이 100%를 넘어선 것이다.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처음 경매 시장에 나온 ‘개포주공4단지’ 전용 36㎡형이 감정가(6억1700만원)의 114.3%인 7억5111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하루 전 서울동부지법에 나왔던 ‘잠실우성’ 전용 80㎡형 역시 감정가 6억7900만원의 101.6%인 6억9005만원에 팔렸다. 지난 달 15일에 경매 진행된 ‘개포우성’ 전용 85㎡형도 감정가의 101.1%인 7억7650만원에 거래를 끝냈다.
경매로 집을 사는 경우, 낙찰가율이 90%를 넘으면 급매로 사는 것보다 실익이 없다는 것이 시장의 경험칙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강남권 아파트들의 낙찰가율은 90%를 넘어섰다. 특히 ‘재건축 가능성’을 기준으로 온도차가 두드러진다.
본지가 지지옥션 등을 통해 3~4월 낙찰가율을 분석한 결과 ‘잠실우성·방배삼익’ 등 재건축 사업 이야기가 오가거나 ‘삼성동 상아2차· 개포주공4차’ 등 재건축 조합 설립 후 진행이 본 궤도에 올라선 단지들의 경우 평균(100.84%)이 100%를 넘어섰다. 반면 재건축과 무관한 단지들의 경매 평균 낙찰가율은 94.4%에 그쳤다. 일반 아파트들의 3~4월 평균 낙찰가율이 1~2월에 비해 4%정도 오른 반면 재건축 관련 아파트들은 6%가까이 올라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1~2월이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3월 이후 강남 아파트들이 두드러지게 관심을 받고 있다”며 “특히 재건축 단지 낙찰가율 상승세는 ‘래미안블레스티지’가 강남권 재건축 분양 포문을 열면서 매매시장 호가가 오른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업계에 따르면 요즘 가장 뜨꺼운 강남 개포지구의 경우 24일 현재 저층 단지(개포시영, 개포주공 1·3·4단지) 매매 호가는 지난 3월 중순 이후 적게는 3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가까이 뛰었다. 현장 공인중개소들에 따르면 높은 호가 탓에 실제 거래는 관심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지난해부터 매매시장 시세가 계속 상승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이 조금이라도 오르기 전에 매겨진 감정가를 기준으로 집을 살 수 있다는 것이 경매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감정가는 보통 입찰 진행 시점보다 6개월~1년 정도 앞서서 매겨진다. 지난 19일 경매시장에 나와 낙찰된 개포주공4단지 전용 36㎡형의 감정가는 6억1700만원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년 전인 4월 실거래가가 6억1000만~6억3000만원 선이었던 반면 올해 3월에는 6억8000만~7억5000만원 선에 거래됐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호가는 7억3000만~7억5500만원 선이다.
강남권 재건축 열기 속에 경매시장도 들뜨는 분위기이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고낙찰가율을 주의해야 할 뿐더러 자금 계획도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입찰에 참여하려면 최저 경매가의 10%에 해당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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