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채권단 자율협약에 따른 구조조정에 돌입하면서 두 회사 채권을 매입한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두 회사 모두 용선료 협상이나 채무 재조정에 실패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경우 손실이 최대 3조원에 달할 수 있어 회사채 시장 전반이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국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3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각각 1조2000억원, 1조7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 가운데 개인투자자 등이 투자한 공모채권은 1조2000억원,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통한 발행 금액은 1조5000억원에 달한다. 회사채 외에도 현대상선은 2012년 200억원 규모 영구채(신종자본증권)를 발행했고, 한진해운도 올해 2월 2200억원의 영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이들 비협약 채권은 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 시중은행 보험 자산운용 등 국내외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 등이 갖고 있다.
지난 22일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했다는 소식에 회사채 가격은 급락했다. 내년 5월 만기 예정인 ‘한진해운 78’ 가격은 전날보다 21.03% 떨어진 5812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내년 6월 만기 예정인 ‘한진해운 76-2’는 가격이 5051원까지 떨어져 액면가 1만원에 비해 이미 반토막이 났다. 당장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현대상선 3600억원과 한진해운 2210억원어치 회사채는 만기에 원리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낮아졌다.
현대상선은 올해와 내년 만기 도래하는 전체 공모 회사채를 대상으로 오는 6월 일괄 사채권자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사채권자 집회에서는 출자전환 등 채무재조정 방안이 논의된다. 현대상선 공모 회사채는 농협 단위조합과 신용협동조합 등 제2금융권이 50% 이상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는 개인 투자자가 갖고 있다. 그러나 다음달 용선료 인하 협상이 실패하면 6월로 예정된 사채권자 집회도 무산되고 법정관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진해운 역시 현대상선과 유사한 절차를 밟게된다. 오는 6월27일 1900억원의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는데 사채권자 집회를 통해 만기 연장 등 채무재조정을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그간 자구계획으로 자산 대부분을 처분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간다면 회사채 원리금 변제율이 10%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기관투자자 가운데선 신용보증기금의 손실 규모가 가장 클 전망이다. 신용보증기금은 회사채 신속인수제에 참여해 현대
회사채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이 전망되자 일각에선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와 증권사 불완전판매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진해운 전 회장이자 특수관계인이었던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일가는 채권단 자율협약 신청 발표 직전에 한진해운 보유주식을 전량 처분했다.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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