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 분석 / 한솔제지 ◆
제지·인쇄 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뒤엎고 한솔제지는 매년 안정적인 이익을 내고 있다. 특히 올해 1분기엔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4% 증가한 3543억원, 영업이익은 53% 증가한 338억원을 기록했다. 당초 영업이익 컨센서스 293억원을 10% 이상 웃도는 수치였다.
한솔제지의 '어닝 서프라이즈'는 환율 효과와 펄프 가격 하락으로 인한 원가 절감 덕분이다. 특히 특수지 가격이 인상되며 마진이 큰 폭으로 뛴 것이 영업이익 개선에 한몫했다.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는 내부거래 관련 미실현 손해를 반영하면서 영업이익이 280억원을 기록했다.
한솔제지의 주요 사업 부문은 인쇄용지, 산업용지, 특수지다. 인쇄용지는 잡지나 책에 사용되는 아트지를 말하며 수출물량의 30%를 북미 지역에서 소화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높아질수록 이익이 늘어난다. 북미시장에서는 경쟁사들이 노후설비를 폐기해 공급을 줄이는 데다 중국산 저가 제지 수입에 대해선 반덤핑 제재를 하고 있어 한국 제지업체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돼 있다.
산업용지는 화장품이나 휴대전화 등의 포장재로 사용되는 백판지가 대표적이며 생산량의 절반을 수출한다. 특수지는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며 라벨지나 감열지(열에 반응하는 특수지), 감압지(압력에 반응하는 특수지) 등으로 주로 쓰인다.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든 인쇄용지 매출은 주춤하고 있지만 온라인쇼핑의 폭발적인 성장세 덕분에 제품 포장에 사용되는 산업용지 성장세는 견조하고 특수지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한솔제지는 인쇄용지를 특수지 생산으로 전환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선 중이다.
2분기 전망도 낙관적인 편이다. 환율은 다소 하락할 것으로 보이지만 상반기에 산업용지 가격이 인상되고 하반기엔 인쇄용지 가격까지 반등할 것으로 기대된다. 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펄프 설비가 확대되면서 펄프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실적에 긍정적이다. 펄프 가격은 지난해 11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김현석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4월 평균 펄프 가격이 t당 506달러로 전 분기 대비 50달러 하락해 영업이익률이 2분기에는 9.6%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수지 부문은 매출 비중이 작지만 수익성은 뛰어나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특수지 부문은 유로화 약세와 글로벌 감열지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영업이익률이 내려갔지만 올해에는 실적이 턴어라운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솔제지의 최근 주가는 2만5000원 선이다. 지난 2월 1만8000원대에서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그전까지는 차입금에 대한 부담으로 주가 상승이 더뎠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한솔제지 회사 자체만으론 재무제표가 우수한데 그동안 적자 자회사들을 계속 지원하며 부채비율이 높아졌다"며 "지주사 전환 후에는 제지사업 본업에만 몰두할 수 있으니 이른 시일 내 부채비율을 200% 밑으로 끌어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한솔제지가 매년 영업활동에서 들어오는 돈만으
현재 주가는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5배로 다른 해외 경쟁사의 15배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올해와 내년의 배당수익률은 각각 2.8%, 3.3%로 높아 배당주 관점에서도 투자할 만하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