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대우건설 컨소시엄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지 불과 닷새만에 다른 곳과 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소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 나온 데 대해 이란의 복잡한 정치상황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란 타스님뉴스에 따르면 이란 건설분야 공기업 CDTIC의 알리 누르자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일(현지시간) “한국 컨소시엄과 맺은 MOU에 따르면 그들은 넉달 안에 MOU가 실제 실행될 수 있도록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며 “그렇지 못한다면 이란 카탐 알안비아 건설과 계약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CDTIC는 이란 도로·도시개발부 산하 공기업으로 누르자드 CEO는 이 부서 차관보 출신이다. 그가 언급한 사업은 테헤란과 이란 북부 마잔다란 주를 연결하는 총연장 121㎞ ‘테헤란∼쇼말 고속도로’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빈방문 중인 3일 테헤란-쇼말하이웨이와 46㎞ 길이의 제3공구 사업에 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MOU 체결 ‘잉크도 마르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적인 결례를 무릅쓰고 이런 주장이 나온 것은 최근 이란 내부를 둘러싼 보수파와 개혁파 간의 치열한 암투싸움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누르자드 CEO가 언급한 카탐 알안비아 건설이 이란혁명수비대(IRGC) 소유라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IRGC는 체제 수호를 위해 창설한 최정예 부대로, 국경시찰 및 국가 방어뿐만 아니라 이란 개발 사업에도 깊숙이 관연해 주요 이권을 틀어쥐고 정치적 영향력까지 발휘해왔다.
문제는 IRGC가 서방의 경제·금융제제 해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IRGC가 자체적으로 자금을 끌어올 수 없는 만큼 산하 건설사가 계약을 따내도 사업을 수행할 능력이 안 된다. 그럼에도 한국과의 MOU에 ‘어깃장’을 놓는 것은 향후 있을지 모를 추가 제제 해제를 노린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더욱이
[장원주 기자 /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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