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기업, 내부 감사도 엉터리

부실기업일수록 내부 리스크를 통제하는 인적 시스템이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근감사 비중이 높고 감사보수가 낮았으며,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비중이 낮고 전문성도 떨어졌다. 대신경제연구소가 국내 상장사 가운데 지난 3년간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못 낸 한계기업 238개사의 지배구조를 분석한 결과다.
대신경제연구소는 11일 '한계기업의 지배구조 특징과 감사의 업무충실도' 보고서를 내고 한계기업 지배구조의 가장 큰 특징은 높은 비상근감사 비중과 낮은 감사보수라고 밝혔다. 대신경제연구소 분석 결과 한계기업 238개사의 비상근감사는 총 110명으로 상근감사(102명)보다 많았다.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감사위원회를 두고 있는 26개사를 제외하면 비상근감사 비중이 51.9%나 된다. 대신경제연구소가 분석한 600개 대표 상장사들의 비상근감사 비중은 19.8%다.
한계기업의 1인당 평균 감사보수는 3850만원으로 전체 평균(7520만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특히 한계기업 비상근감사의 평균 감사보수는 2160만원에 그쳤다. 심지어 한계기업 중 38곳은 비상근감사를 선임하면서 보수를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계기업 중 상법상 상근감사 설치 의무가 없는 기업(자산총액 1000억원 이하)이 많고, 감사 역할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상근감사보다 비용 부담이 작은 비상근감사를 선호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한계기업 238개사 중 자산총액 1000억원 이하 기업은 절반이 넘는 124곳이었다.
안상희 연구위원은 "이 같은 실태는 법적으로 결격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감사 업무의 충실도 측면에서는 부정적"이라며 "상장기업의 상근감사 설치 의무 기준 중 하나인 '자산총액 1000억원'이라는 기준을 낮춰 상근감사 설치 의무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기업 내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보완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계기업들은 또한 사외이사들의 역할도 제한적이었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이 32.9%로 일반기업 평균(41.7%) 대비 9%포인트 가까이 낮았다.
고령의 감사가 지나치게 오랫동안 한 자리에서 근무하는 것도 기업의 지배주주나 경영진과의 유착 가능성을 높여 감사 업무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조사 대상 한계기업 중 카프로는 81세의 감사가 20년 동안 재직 중이고, 올해 79세인 삼영화학 감사도 19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75세인 성안 감사는 재직기간이 무려 24년에 달했다.
[노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