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등 주요 운용사가 연내 분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공모펀드 운용사 진입 요건을 완화해 일반인도 사모펀드 시장의 고수들이 운용하는 공모펀드에 투자하기가 한층 쉬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금융위원회는 △1그룹 1운용사 원칙 폐지(복수 운용사 설립 허용) △공모펀드 운용사 진입 요건 완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자산운용사 인가정책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안창국 금융위 자산운용과장은 "인가정책 합리화로 인해 특색 있고 역량 있는 자산운용사의 시장 진입을 활성화하고 경쟁을 촉진할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운용사 인가정책 개선안은 당초 지난해 하반기 발표 예정이었지만 공모펀드 성과보수제 도입과 함께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기가 늦춰졌다.
가장 주목할 만한 내용은 2009년 2월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7년 넘게 지켜온 '1그룹 1운용사' 원칙을 없애고 복수 운용사 설립을 허용하는 것이다. 운용사 대형화에 초점이 맞춰졌던 금융위의 자산운용 정책 기조가 전문성 강화를 통한 경쟁 촉진으로 바뀌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같은 운용그룹에서 자산별(증권·실물자산·헤지펀드), 유형별(액티브·인덱스), 스타일별(가치주·성장주)로 운용사 분사가 가능해진다. 미국 대형 투자회사 BNY멜론의 경우 투자자산과 지역별로 15개의 전문 운용사를 그룹 안에 거느리고 있다.
그동안 국내 대형 운용사들은 유행에 따라 돈이 몰리는 유형과 스타일의 펀드를 새로 만들고 운용 인력을 고무줄처럼 늘렸다 줄였다를 반복했다. 이렇다 보니 한 펀드에 중장기로 투자하면 찬밥 신세가 된다는 투자자들 불만이 컸다. 분사가 허용되면 실력이 뛰어난 헤지펀드나 액티브 펀드매니저에게 다른 직원의 눈치를 보지 않고 높은 성과급을 줄 수 있어 유능한 인력의 이탈을 막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매일경제가 주요 운용사를 파악한 결과 삼성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등이 운용사 분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최대 운용사이자 상장지수펀드(ETF) 최강자인 삼성운용은 액티브 펀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분사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최근 각각 대우증권(산은자산운용)과 현대증권(현대자산운용)을 인수하면서 계열 운용사를 추가로 거느리게 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도 대체 전문 운용사로 분리 운영을 검토하고 있다.
또 공모펀드 운용사 진입 요건이 완화된다. 현재 공모펀드를 만들 수 있는 운용사가 되려면 사모펀드를 3년 이상 운용해야 하고 종류별 운용자산이 300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앞으로는 투자일임업을 포함한 운용 경력이 3년
증권·부동산·실물자산 등 모든 공모펀드를 운용할 수 있는 종합자산운용사 전환 요건도 기존 펀드 수탁액 5조원 이상에서 일임자산 포함 3조원 이상으로 낮아진다.
[최재원 기자 / 채종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